최근 미국 대선 국면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로 유색 유권자층의 분열이 꼽힌다. '유색'이란 동질성에 한 그룹으로 간주됐던 이들 민주당 지지층을 흑인, 라틴계, 아시아, 아랍 등으로 분열시켜 불안의 책임을 '불법 이민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
이달 초 뉴욕타임스/시에나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의 40%가 불법 이민자의 '대량 추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를 찍겠다는 흑인 유권자가 20%에 그친 반면, 당장 트럼프를 찍지 않더라도 불법 이민에 대한 반감을 가진 흑인 유권자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캠프는 수 개월 동안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통해 흑인 및 라틴 유권자층을 타깃으로 "불법 이민자가 일자리를 찾아 미국에 오고, 이들이 (당신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의 유색 인종 간 혹은 소외계층 간 분열 전략은 그가 백인 유권자에게 △주택 부족 △고전하는 교육 시스템 △도심 범죄 △급여 정체 등 모든 사회 문제를 불법 이민 탓으로 몰아붙인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에게 이 모든 해법은 이민자 추방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그 결과 불법 이민 추방에 동의하는 한 실제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트럼프의 '우리' 안으로 포섭된다는 것.
트럼프는 히스패닉계와 흑인 유권자층 사이의 분열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히스패닉계 유권자층 지지자가 급격히 늘었는데, 이들 중 다수는 민주당이 흑인과 백인에 집중하는 반면 히스패닉계의 요구엔 무심하다고 비난한다. 뉴욕시 민주당 활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라틴계와 흑인 두 집단은 누가 먼저 (소외된) 불만을 처리할 것인가를 놓고 경쟁해왔다"며 "트럼프는 뉴욕이 전국 정치의 실험실이었기 때문에 이 분열을 이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즈/시에나 여론 조사에서 히스패닉 등록 유권자의 3분의 1만이 트럼프가 이민 문제에 대해 말할 때 자신에 대한 얘기로 느낀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때 흑인들의 출세를 어렵게 만들었던 장애물이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고 답한 흑인 유권자는 5명 중 1명이었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인종 정체성을 토대로 단합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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