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WM) 서비스를 확대해온 대형 은행들이 올 3분기 수수료이익에서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대출 성장이 어려워진 시점에 은행권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미래 비이자수익을 키울 사업으로 점찍고 고액자산가 '사냥'에 나서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3분기 수수료이익은 1조2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에 기록한 1조1143억원 대비 약 10.9% 늘어난 수준이다. 5개 은행 모두 이전보다 개선된 수수료이익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별로 지난해 3분기 대비 국민은행이 1.7% 증가한 273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이 18.9% 늘어난 2627억원, 우리은행이 17.8% 증가한 261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15% 늘어난 2438억원, 2% 증가한 194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권의 수수료이익의 성장 요인으로 자산관리(WM) 사업에서의 약진이 꼽힌다. 은행권은 불완전판매 이슈로 ELS(주가연계증권) 취급이 중단되는 등 비이자이익 성장에 제한이 걸렸다. 이에 자산관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에는 상품판매·방카슈랑스·투자일임·자산운용 수수료 등이 포함돼 있다. 은행과 증권·보험 등 다른 계열사가 협력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라 그룹 차원에서도 힘을 주는 추세다. 유입되는 돈과 고객이 많을수록 수수료 수익도 커지므로 은행권은 고액자산가 유치에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자산관리 수수료이익을 별도 집계하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실제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이 전체 수수료이익 증대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하나은행은 올 3분기 자산관리 수수료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7% 증가한 912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26.4%를 늘려 823억원을 벌었고 3분기 누적으로도 20.6% 규모를 키웠다.
금리인하기 대출 성장이 어려워진 만큼 은행권의 자산관리 사업 확대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고액자산가 뿐만 아니라 자산 형성에 관심을 갖는 모든 세대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명의 PB(Private Banker)가 아니라 계열사 전문가들이 팀을 꾸려 관리해주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시니어 세대를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더넥스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간 협업으로 은퇴설계부터 상속·증여와 투자상품·연금 포트폴리오 설계 등을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2025년까지 WM특화점포를 전국에 100개소까지 늘릴 예정이다. 올해까지 총 69개소가 만들어진다.
자산관리 부문에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스타마케팅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은 '하나더넥스트'의 신규 모델로 강호동을 채택했다. 자사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스타 고객을 모델로 발탁한 은행들도 있다. 이영애는 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를, 김희애·아이유는 우리은행 '투체어스'를 홍보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산관리로 수수료를 확보할 비즈니스를 어떻게 새롭게 확장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연령대가 낮은 자산가들도 신규 고객으로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 앞으로 자산관리 시장의 규모나 서비스 범위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