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는다. '강강약약 보수'(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보수), 외연확장 등을 키워드로 변화와 쇄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강강약약'은 기득권을 타파해 개혁을 이루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펴겠단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대표는 전날(28일) 당 격차해소특위와 서울 동작구 서울가족플라자에서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보수당은 '강약약강' 이미지가 있다. 기득권을 지키고 성장만 말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보수는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23일 전당대회에서 62.84%란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4·10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약 100일 만에 정치 전면에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24일 여당 대표 자격으론 처음으로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맥주로, 한 대표는 콜라로 러브샷을 나누고 화합을 나눴다.
그러나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대통령실에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끝에 예정됐던 만찬이 돌연 연기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후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시하며 의정갈등 해결사로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9월로 연기된 만찬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제안하면서 또다시 신경전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독대를 수용하지 않았고, 만찬에서 의대증원 등 당면한 현안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이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한동훈 공격사주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명태균씨 논란이 잇따라 터졌고,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며 여권이 위기에 휩싸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대표의 100일은 B학점 정도"라며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문제로 우왕좌왕하며 점수 잃고 의료계 저항 때문에 여야의정 협의체가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재보궐 선거는 성공적으로 치렀고, 특별감찰관 도입을 당 쇄신과 연결시키면서 당내 리더십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대표는 고리타분한 당내 분위기를 일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격차해소, 금융투자소득세 등 의제를 선점하고 정책공약을 제시하거나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건 분명한 새로운 바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다만 집권여당이 안정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고 있느냐를 보면 그건 낙제점이다. 오히려 한 대표가 정권의 위기를 부추기는 측면이 많다"고 했다.
여당 대표라는 특수한 위치를 감안해서 평가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용기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젠 충분한 정치력과 '국민 눈높이, 민심'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성을 검증받을 단계에 와있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여당 대표라는 위치는 굉장히 애매하다. 자기 생각대로 비판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행정부를 통해 일을 해나가야 한다"며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 대해 2선 후퇴를 얘기한 것은 김 여사의 권력을 감안할 때 정동영 의원의 '정풍운동'과 맞먹는 평가를 해야 할 일"이라고 분석했다. 정동영 의원의 정풍운동은 제16대 국회(2000-2004년) 시절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당시 의원등이 동교동계를 상대로 벌인 새천년민주당 내 개혁 운동을 말한다.
향후 김건희·채상병 쌍특검법을 어떻게 다룰지가 한 대표 리더십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평론가는 "특검법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만일 통과된다면 여당은 두 쪽으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아낼 수 있느냐가 시험대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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