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군인 월급이 2000달러(약 280만원) 수준이라고 재확인했다. 국정원이 추정한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월급 800달러(약 110만원)의 2.5배 수준이다.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사실상 자국 군인들과 노동자를 팔아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국정원 국감에선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동향 관련한 질의가 집중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에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뿐 아니라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급여는 월 800달러로 추정한다"며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 월급은 (지난주에 밝힌 것처럼) 약 2000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현재 북한군의 파병 규모가 3000여명이고 연말까지 총 1만900여명이 러시아에 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북한 정권은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 가족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격리하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등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북한군 모습은 10대·20대 군인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주로 20대 초반이고 일부 10대 후반 군인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들 모두 폭풍군단(북한군 11군단)이라는 특수부대 훈련을 수행한 만큼 전투력을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김영복 북한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비롯한 선발대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참모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군부 측근으로 외신 등에서 러시아 파견 부대의 총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국정원은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포함한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 중이라는 첩보가 있어 확인 중"이라며 "김 부총참모장은 KN-23 미사일(북한판 이스칸데르)과 관련해 일종의 선발대 개념으로 먼저 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군들이 (러시아) 쿠르스크로의 이동이 임박해지고 있는 점을 시사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며 "정확하게 폭풍군단이 전선에 얼마나 투입됐는지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로, 선발대도 장성단이라고 표현하긴 아직 이르다"고도 했다.
국정원은 그동안 우크라전에 투입된 북한군 역량을 평가하는 '참관단'과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힐 북한군 등을 심문하는 '심문단' 등을 보내야 한다는 질의에 대해선 답을 아꼈다고 한다.
다만 국정원은 참관단 등의 필요성에 대해선 "북한군이 해외 파병을 해서 전투를 치르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거꾸로 보면 북한군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국가 안보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검토하고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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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한군 파병에 주민 동요…김정은 암살 의식해 경호 격상"
국정원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북한군이 파병된 사실에 북한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북한군에게 러시아 군사용어 100여개를 교육하고 있으나 북한군이 이를 어려워하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북한은 러시아 파병 사실의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군대 비밀누설 이유로 장교 휴대전화 사용 금지, 병사들 입단속, 파병 군인 가족들에겐 훈련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주민과 군인들 사이에선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내부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수장 등 해외 요인(要人)의 암살을 의식해 경호 수위를 격상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은 "올해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현재까지 110회로 작년에 비해 약 60% 이상 증가했다"며 "김정은은 해외 요인의 암살을 의식해 통신 재밍(통신 전파 방해) 차량 운용, 드론 장비 추진 등 경호 수위를 격상하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첫 대가는 '군사정찰위성'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북한은 현재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통해 정찰위성 발사 준비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 의원으로부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파견, 용병 표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느냐'는 질의를 받고 "파병이라고 볼 수 있지만 북한군이 자신들의 군복을 입고 북한군 체제로 들어간 게 아니고 러시아가 제공한 군복, 무기, 체제에 편입됐기 때문에 파병은 맞지만 '위장 파병'으로 규정했다"고 했다.
러북 간 불법적인 경제 협력 정황도 공개됐다. 국정원은 "러시아와 북한이 지난 6월 신조약(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이후 경제 분야 협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광물과 금수품 이면 합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올해 들어 4000여명의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 파견된 것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에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라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해 '수사 공백'을 우려했다고 한다. 지난 1월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국정원은 간첩 관련 정보 수집과 조사 등은 가능하지만 수사권은 없는 상태다. 국정원은 간첩 의심자 10여명을 색출했고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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