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기후 등 다양한 위험과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 LNG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분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진 가운데 주요 수송로 차질문제와 미국의 FTA 비체결국 수출승인 중단까지 발생하며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공급선 다변화와 재고비축, 국제협력 강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국제협력 강화는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LNG 시장의 충격을 보완하고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아 국내 수급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방증하듯 2022년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발 빠르게 나섰다.
먼저 EU는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분쟁으로 가스공급이 중단될 위기를 겪자 위기발생 시 역내 국가간 협력을 통해 대처하는 연대원칙을 포함한 공급 안정성 규정을 도입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이 원칙에 따라 다수 회원국이 양자협정을 맺었고 미국·아제르바이잔·알제리 등 주요 LNG 생산국과는 공급확대, 주요 수입국과는 공급일정 조율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일본은 정부를 중심으로 오만·아랍에미리트(UAE)·미국·말레이시아·호주 등 LNG 수출국을 방문해 안정적인 공급을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과 수요패턴이 다른 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물량 스와프 등 적극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우리나라도 이들 국가처럼 LNG 공급 안정성을 위해 국제협력을 강화했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LNG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싱가포르·일본과 협력을 추진했다. 특히 단일 기업으론 최대 LNG 수입자이자 그간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통해 풍부한 국제 네트워크를 보유한 한국가스공사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EMA(에너지청)와 동·하절기 수요패턴의 차이를 활용한 카고 스와프 및 공동구매 관련 MOU를 맺었고 일본 JERA와는 LNG 시장의 정보교류·스와프·공동구매 등을 추진키로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와 가스공사는 비단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세계 LNG 구매자 단결을 통한 계약 경직성 완화 추진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국제공조를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기존 LNG 계약의 경직성으로 대표되는 목적지 제한조항을 한층 완화하는 한편 국가간 비상대응체계 플랫폼 구축, EU가 시행 중인 연대협정과 여러 트레이딩기법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지금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 각지의 전쟁·분쟁 등 잇따른 지정학적 이슈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더없이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에너지 위기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만큼 유기적인 국제협력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함으로써 천연가스 안보를 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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