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를 키우고 있는 점도 킹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목전까지 오르며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일본 엔화도 달러당 153엔대까지 뛰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빅컷과 중국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으로 지난달 7위안 밑으로 떨어졌던 위안/달러 환율도 7.13위안선까지 치솟았다.
2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전 1시쯤(현지시간) 104.57까지 올랐다. 지난 7월 말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 9월30일(오후 3시30분 기준) 1307.8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약 한 달 새 80원가량 뛰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1388.7원)보다 3.7원 내린 1385원을 기록했지만 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다.
최근 킹달러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규모 국채 발행,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화 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강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 상승으로 재정적자 심화 및 인플레이션 전망이 강화되면서 미국 금리 상승을 자극한 영향"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무역분쟁 등의 자국우선주의 강화 기조에 따른 달러화 수요 확대 여지가 잠재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커진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4%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0.3%)를 상회했다.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내놓은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3.4%에 이른다.
여기에 보복과 재보복을 반복하는 이스라엘과 이란 등 중동분쟁이 격화하는 것도 글로벌 달러화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연 뒤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시설을 중심으로 한 공습과 관련해 "향후 이란의 대응 여부 및 수위 등에 따라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9월 140엔대까지 내렸던 엔/달러 환율은 중의원 선거 후 개장 첫날인 이날 장중 한때 153.8엔을 돌파했다.
중국 위안화도 힘을 못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시 미중 무역갈등 확대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제프리는 트럼프 재집권 시 위안화 가치가 지금보다 12%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0217위안(0.3%) 올린 7.1307위안에 고시했다. 달러/위안 환율 상승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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