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중의원 선거 참패…"이시바가 실망시켰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4.10.28 07:06

자민당, 연립 여당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확보 실패…막판 '비공천 후보 지원' 논란이 승패 가른 듯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AP=뉴시스
지난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의석 과반을 상실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매우 엄격한 심판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불거진 자민당 정치자금 스캔들의 여파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취임하자마자 중의원 해산 후 조기 총선을 결정한 이시바 총리는 한 달도 안 돼 실각 위기에 놓였다.

2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중의원 해산 전까지 247석을 보유했던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91석을 획득, 과반(233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과 연립 중인 공명당(24석 획득), 자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의원 6명과 합세해도 221석밖에 되지 않는다.

현직 각료인 마키하라 히데키 법무상, 오사토 야스히로 농림수산상도 낙선했다.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은 옛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해산 전 98석이었던 야당 입헌민주당(입민당)은 148석을, 7석이었던 국민민주당(국민당)은 28석을 확보했다. 자민당 성향 무소속 의원 6명의 행보에 따라 입민당을 비롯한 야권이 과반을 점할 수도 있는 상황.

현지 여론들은 자민당이 '파티권 스캔들' 사건으로 심판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티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 입장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민당 파벌들은 할당량 이상 파티권을 판매한 의원들에게 뒷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었던 최대 파벌 '아베파'가 논란의 중심에 섰고, 자민당은 지난 4월 사건에 연루된 옛 아베파 39명을 징계했다.

그럼에도 아베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은 여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파티권 스캔들에 연루된 중의원 선거 후보 46명 중 28명이 낙선했다. 아베파이자 지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를 추격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의 지지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시바 총리가 당내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일본 정치학자 마키하라 이즈루 도쿄대학 교수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시바 총리가 표심을 돌리는 데 실패한 탓에 자민당이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지적했다. 파티권 스캔들에 연루돼 공천에서 제외된 후보들이 공천 후보와 마찬가지로 선거자금 2000만엔을 전달받은 사건이 치명타였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비공천 후보가 아니라 정당지부에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마키하라 이즈루 교수는 "자민당은 결국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들과 한몸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며 "자민당 내에서 그나마 공정하다고 여겨진 이시바 총리가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유권자를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민당 내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며 "이시바 총리가 어떻게 책임을 질지 이목이 쏠릴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패배에 책임지고 자민당 총재 직에서 물러날 뜻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것은 그것"이라며 일단 사퇴 의사는 없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책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연정을 확대하거나 야당에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가 야권 협력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민당이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까지 염두에 두고 정권 교체를 강력히 주장해왔기 때문. 닛케이는 국민당도 연정은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면서 사안별로 협력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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