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피의자 가족만 참여한 압수수색…대법 "증거 불가한 위법"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24.10.28 09:00

정신질환이 있는 피의자 가족만을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시키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8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5월 대마 약 0.62g을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같은해 3월 수사기관은 A씨의 딸 B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를 파악했고, 법원은 B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수사기관은 2019년 5월 사우나에서 소란을 피우며 재물을 손괴하는 등 다른 혐의로 B씨를 현행범 체포한 뒤 A씨 주거지인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수사기관은 현장에 B씨만 있는 상태에서 안방 금고에 있던 대마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1심과 2심은 대마 보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들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거주자나 이에 준하는 사람을 참여하게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이웃 등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B씨가 압수수색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했다고 봤다.

B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정신병적 증세로 인해 모두 13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이후 '경도 정신지체,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2017년 서울가정법원은 B씨에 대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됐다'는 이유로 성년후견개시 결정도 내렸다.

대법원은 수사기관도 압수수색 전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대법원은 "수사기관도 B씨의 정신과 치료 내역이나 현행범 체포 당시의 사정 등을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B씨가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그럼에도 압수수색 당시 B씨만을 참여시켰고 이웃 등을 참여시키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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