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온 직후 자신의 SNS에 "내년 봄에도 전공의들과 학생들은 각각 병원과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7500명 의학 교육은 불가능하다"며 "2025학년도 증원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내년 의대정원을 예정대로 4567명 뽑을 경우 △내년도 의대증원분을 취소할 경우 각각 의료계에 미칠 파장이 달라진다.
첫째, 정부 정책대로 '4567명을 뽑을 경우' 올해 의대생(예과 1학년~본과 4학년)이 졸업하기까지 최소 6년간 신규 의사 배출 공백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증원책에 반발한 휴학 중인 이들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다. 의대 전 학년(예과·본과) 과정은 6년이지만, 남학생의 경우 군의관(3년) 기간까지 합하면 신규 의사 배출 급락의 여파는 9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정부가 내년도 의대증원책을 포기해 '종전대로 3058명만 뽑을 경우'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내년도 의대증원분 철회 없이는 올 초 휴학계를 내고 떠난 의대생들이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2026학년도 이후가 아닌, 2025학년도 이후의 의대증원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돌아오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만약 이들의 요구대로 정부가 의대증원책을 포기해 3058명만 뽑는다면 신입생 3058명에 의대 24학번 3000여명이 돌아올 수 있다. 이렇다고 해도 6000여명이 한데 모여 공부·실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대 교육 부실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셋째, 의대 증원분 철회와 관계없이 신규 전문의와 군의관·공중보건의 배출 공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4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하는 전공의는 1174명뿐으로, 기존 정원(1만3531명)의 8.7%에 불과하다.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는 사직서를 내고 떠난 상태로, 사직서가 실제로 처리된 사람은 7648명(올해 7월 17일 기준)이지만, 출근율이 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직서 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떠난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공의의 수련 기간은 진료과에 따라 3~4년이다. '예비 전문의'인 전공의의 91.3%가 수련병원을 떠났다는 점에서 당장 내년부터 3~4년간은 신규 전문의를 만나기가 어렵게 된 셈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해온 의대생 1000명 이상이 군 입대를 이유로 휴학을 선택했다. 전국 의대 40곳 중 37곳에서 지난달 23일 기준 입대를 이유로 휴학하기로 한 의대생은 총 1059명으로, 지난해(162명)보다 6배 이상 많다. 또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이들 중 내년 3월 입영 대상은 4353명으로, 예년보다 4배가량 많다.
군의관과 공보의를 피하기 위해 지금처럼 입대를 선택하는 인원이 늘면 매년 1000명가량 확보해온 군의관과 공보의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휴학한 남성 의대생 A씨는 기자에게 "어차피 휴학계를 낸 상황이고, 의정 갈등이 길어지고 있지 않으냐"면서 "군의관으로 3년 다녀올 바에야, 차라리 의정 갈등 기간에 일반 군인으로 입대하면 군 복무도 하고 18개월 후면 제대하니 아직은 시간상으로 손해볼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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