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갔던 하이닉스 직원들 "나 돌아갈래"…'만년 2등' 꼬리표 뗀 SK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유선일 기자 | 2024.10.28 08:00

[MT리포트]'SK하이닉스의 비상(飛翔)' (上)

편집자주 | 창립 41년, 2위의 설움은 간데없다. SK하이닉스가 AI시대 HBM이란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지배력을 과시하던 경쟁기업을 넘어 이제 새로운 1등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경쟁자는 오직 자신뿐. SK하이닉스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단독]1위 SK하이닉스에 "나 돌아갈래"…'하→삼→하' 심상찮다




'SK하이닉스의-비상(飛翔)’/그래픽=김지영
'하삼하'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또 다시 SK하이닉스로 이직하는 직원을 일컫는 말이다. 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최고 전성기를 맞으면서 최근 다시 돌아오려는 '하삼하'가 부쩍 늘었다.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두고 하이닉스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SK하이닉스를 떠났던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복귀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에서 SK하이닉스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예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최근 소위 하삼하'를 수용할 지 말지를 각 사업부가 자체적으로 선별 결정하기로 했다. 채용 인원보다 지원자가 크게 많아지면서, 이를 가려받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뛰어난 에이스를 제외하곤 대체적으론 '채용 불가'가 원칙이다.

'1등 삼성'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국내 투톱(two top) 반도체 기업 간 구성원 이직은 잦아졌다. 이직 순서에 따라 삼하(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하삼(SK하이닉스→삼성전자)등으로 부른다. 과거에는 하삼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하삼하'는 뒤바뀐 메모리반도체 업계 판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업계는 본다. 굳건히 여겨졌던 '국내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란 공식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한 고참급 엔지니어는 "과거에 우스갯소리로 SK하이닉스에서 수석을 못 달 것 같으면 삼성전자에 갔다가 다시 오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어느덧 삼성전자에서 오는 사람들을 골라 받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기존에 SK하이닉스에 적을 뒀던 직원들만 재입사하려는 것도 아니다. '삼하'는 더욱 많다. 최근 SK하이닉스는 경력 채용 3건을 연달아 진행했는데, 그 가운데 4년 차 이하 연차 낮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 탤런트' 채용에 삼성전자의 박사 출신 엔지니어가 지원하기도 했다. 해외 기업으로 가려던 삼성전자의 인재들도 방향을 바꿔 SK하이닉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고급 인력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인식이 달라진 것은 현장에서 달라진 상황을 피부로 느끼는 현직만이 아니다. 미래 인재들인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대학 공대 교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취업 선호도가 높아지긴 했어도 올해 5월까지는 그래도 삼성전자의 인기가 높았는데, 하반기 들어 SK하이닉스에 취업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는 곧 미래의 경쟁력 차이로도 이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3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은 17조 5731억원,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으로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영업이익은 약 5조원 초반대로 추정되는데, 이를 약 2조원 넘어섰다. 연간 기준으로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을 사상 처음으로 제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분기별 실적 추이/그래픽=이지혜






"만년 2등 SK하이닉스, 뚝심있게 모험" 1위 우뚝…조직문화 어떻길래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4.07.25. jtk@newsis.com /사진=김종택
SK하이닉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조직문화'가 꼽힌다. 메모리 '만년 2등'이라는 지위가 오히려 뚝심·맷집·도전정신을 키웠고, 수평적 문화에 기반한 활발한 소통이 기술 경쟁력 제고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오랜 노력 끝에 맺은 'HBM(고대역폭메모리) 1위'라는 결실은 직원들의 자신감을 키웠고 이는 다시 조직 전반의 활력을 높였다.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HBM 경쟁력, '2등'이 오히려 도움됐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의 HBM 사업 성공 비결로 '꾸준함'을 꼽는다. 삼성전자가 2019년 수요 부진을 이유로 HBM 개발 조직을 크게 줄였지만 SK하이닉스는 묵묵히 개발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9년 세계 최초 HBM2E(3세대) 개발 △2021년 세계 최초 HBM3(4세대) 개발 △2022년 HBM 시장점유율 50% 달성 △2023년 HBM3E(5세대) 개발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만년 2등'이었기에 HBM 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한 전직 SK하이닉스 직원은 "메모리 1등인 삼성전자로선 2019년 당시 미래가 불투명한 HBM 대신 '돈이 되는' 다른 사업도 많다고 봤을 테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반대로 2등인 SK하이닉스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삼성전자처럼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 여유도 없어 모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내부에서 HBM에 대한 계속된 투자에 회의론도 상당히 많았지만 뚝심 있게 사업을 이어갔다"며 "결국 경영진 판단이 옳았다"고 했다.

2등이란 위치가 고객사·협력사와 '끈끈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고객사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것. SK하이닉스의 HBM 사업 성공을 가능케 한 엔비디아·TSMC와의 강력한 동맹도 이런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또 HBM 생산 이전 시기에 수행한 '다품종 소량 생산' 경험도 기술 경쟁력 제고, 고객사와 신뢰 관계 형성에 큰 힘이 됐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활발한 소통, 복지 강화도 기여..."이젠 자신감"

(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앞에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HBM 등 개발 과정에서 일궈낸 '기술적 한계 돌파'는 수평적 의사소통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조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각 기술 전문가 간의 소통 문턱이 낮고 '실패 후 재도전'도 용인하는 정도가 낫다고 알려졌다. SK하이닉스 한 임원은 "기술 관련 지시가 톱다운(하향식)으로 내려오면 자칫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바텀업(상향식)으로 솔직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급·복지제도 개선도 조직에 긍정적 기운을 불어 넣었다. 복수의 전직 SK하이닉스 직원은 2020~2021년 있었던 이른바 '성과급 논란' 이후 복지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런 영향으로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고 '인재가 모이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초 전년 실적에 대한 성과급 지급 계획을 공지했는데 직원들이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적다"고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급여를 반납을 약속하고 성과급 제도 등을 개선하며 갈등이 봉합됐다.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관료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좋은 조직 문화를 키워온 것 같다"며 "HBM 사업 성공으로 붙은 '1등'이란 수식어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키워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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