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 문화훈장 받은 이문열 "끝상 같기도 하고 첫상 같기도 하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24.10.27 15:00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2024 문화예술발전 유공 시상식에서 이문열 작가, 김정역 연극연출가에게 금관 문화훈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문체부
"길은 멀고 날은 저무는데 어중간한 상을 받고나니 답답합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관' 문화훈장은 받은 이문열(본명 이열) 작가가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무대에서는 소감을 별도로 말하지 않았던 이문열 작가는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의 요청에 짧은 선문답 같은 소감을 남겼다. 이어 짧은 소감을 이해하지 못한 취재진이 다시 그 뜻을 묻자 "끝상 같기고 하고 첫상 같기도 하다. 길은 멀고 날은 저무는데 상을 받으니 답답하다는 뜻이다"라며 "(소감의 의미는) 듣는 이가 상상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열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9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출간해 많은 받았다. 특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 등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 지기도 했고 주요 작품들은 31개국에 24개 언어로 번역.출간됐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에 앞서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린 1세대 작가로 평가받는다. 집필실 부악문원을 설립해 후진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는 공적을 인정받아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금관' 문화훈장은 정부가 문화예술발전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훈격 중 가장 높다. 그동안엔 생존하고 있는 예술가에겐 '은관'까지만 수여했고 '금관'은 작고한 예술가를 기리는 뜻으로 수여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생존 예술가에게 최고의 훈격을 수여하는 것으로 원칙이 변경됐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그동안은 돌아가신 다음에 영전에 바치는 게 금관이었는데 '돌아가신 다음에 주는 훈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살아 계실때 드리자고 올해부터 바뀌었다. 원칙을 바꾸고 나서 그 사이에 돌아가신 원로 예술인에게는 못 드려서 안타까운 일도 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살아계실때 금관 문화훈장을 받는 게 더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해서 과감하게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유 장관의 설명에 현장에 있던 수십명의 원로 예술인들은 동감한다는 의미로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유 장관은 "정부 일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문화예술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국가 재정이 차고 넘쳐서 많은 재원을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예산으로 각 분야 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투자해야하는데, 세계 여러 나라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만큼 이렇게 예술에 지원하고 관심을 갖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며 "예산의 적고 많음을 떠나 이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정책적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서 각자 맡은 분야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 변화를 많이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축사 도중 현장에 훈장 수상자로 와 있던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을 소개하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강인숙 관장은 '보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1969년부터 이상, 이광수, 윤동주 등 근대 문인들의 문학 자료 등을 수집, 보존해 2001년 영인문학관을 개관하고 1만8000여 건의 소장자료를 활용한 다양한 기획전, 문학 강연회 등으로 국민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2024 문화예술발전 유공 시상식에서 문화훈장 수훈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문체부

이문열 작가와 함께 금관 훈장을 받은 김정옥 연극연출가는 대한민국 1세대 연극연출가로서 극단 민중극장의 대표, 극단 자유극장의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무엇이 될꼬 하니', '따라지의 향연', '대머리 여가수' 등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하고 스페인 '시제스 국제연극제', 프랑스 '오늘의 뮤지컬 시어터 페스티벌'의 초청공연 등 해외 공연으로 한국연극의 세계 무대 진출에 기여했다. '박물관 얼굴' 관장으로서 '뮤지엄시어터'를 지향하며 국민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은관 문화훈장은 65년간 독주곡, 실내악곡, 관현악곡, 오페라, 칸타타 등 다양한 분야에 100곡이 넘는 작품들을 발표해 한국현대음악 발전에 기여한 백병동 서울대 명예교수, 평생을 한국 공연예술 '한극'의 학문적 연구와 공연기법 체계화, 후진양성으로 공연예술 발전에 힘쓴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46년간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환기미술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버드대학 기숙사 등을 설계해 우수한 건축 유산을 창출하고 한국건축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우규승 아키텍츠 대표 등 3명이 받았다.


보관 문화훈장은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외에도 56년간 작품활동을 통해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고 한국현대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며 한국문학 발전 기여한 윤흥길 소설가, 1985년 하야로비 무용단을 창단해 부산과 경남지역의 현대무용 개척자로 활동하고,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주관과 '부산아시안게임' 무용 총감독, 국립현대무용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국 무용 발전과 세계화에 기여한 하정애 무용가, 1970년대 한국여류작가회 설립을 주도하고, 1985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스페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전시 활동을 펼치며, 아르헨티나에의 김윤신미술관 개관,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등으로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기여한 김윤신 시각예술가, 1970년대 종합문화잡지 '뿌리깊은나무'에 '아트디렉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장인들과 협업해 '백자칠첩반상기', '옻칠반상기' 등 개발.전시, UN 본부의 '한국전통공예전', 주LA한국문화원 민속관 새단장 등으로 한국문화예술의 세계화에 기여한 이상철 디자이너 등 5명이 받았다.

옥관 문화훈장은 2006년부터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창단, 운영하며 1200여 회 공연과 '전국 발달장애인 뮤직페스티벌' 개최 등으로 장애인예술 발전에 기여한 신인숙 하트-하트재단 이사장, 40여 년간 수집한 4000여 점의 유물과 예술작품을 출연해 '본태박물관'을 설립하고 다양한 전시, 토론회, 음악회, 소외계층 대상 문화예술 기부 등으로 국민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한 이행자 대표, 68년간 영화 평론의 길을 걸어온 1세대 영화평론가로서 한국 영화사 연구와 평론, 도서 집필, 고문헌 자료 발굴 등 한국 영화사 정립에 기여한 김종원 평론가, 1974년 미국 하와이대 음악인류학계 최초 한국인 교수로 '한국의 궁중음악과 춤' 등 한국 음악에 대한 연구와 강의, 워크숍, 해외 공연, 음악 교류 등으로 한국음악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이병원 교수, 70여 년간 전통 한지 제조에 몸담으며 닥나무를 직접 재배해 제조한 전통한지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납품하고 고려대장경 초조본, 직지 영인본 복원 사업 등에 쓰이도록 전통한지 전승과 보존에 기여한 김삼식 한지장 등 5명이 받았다.

이날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은 문화일반 부문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 문학 부문 이금이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음악 부문 원일 국립아시아문화재단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연극 부문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및 예술감독, 미술 부문 김범 작가 등 5명이 받았다. 문화예술상 수상자는 대통령 표창과 함께 상금 각 1000만 원을 받는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은 문학 부문에서 천선란(본명 최연주) 소설가, 음악 부문에서 한재민 첼로 연주자, 국악 부문에서 박우재 거문고 연주자, 연극 부문에서 창작집단 지오의 황태선 대표, 무용 부문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 에투알, 미술 부문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소정 조교수, 디자인 부문에서 옐로소사이어티의 이제복 대표, 건축 부문에서 김국환 건축가 등 8명이 받았다. 이들에게는 문체부 장관 표창과 함께 상금 각 500만 원을 수여했다.

자녀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장한 어버이상' 수상자로는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씨의 어머니 김현주 님, 디스에이블드 작가 이다래 씨의 어머니 문성자 님, 소설가 황시운(본명 황선영) 씨의 어머니 성명옥 님 등 3명을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문체부 장관 명의 감사패와 함께 각 400만 원 상당의 부상을 수여한다.


유인촌 장관이 예술가의 장한어버이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문체부

문체부는 문화의 날(10월 셋째 주 토요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문화예술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1969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시작으로 1973년 '문화훈장'으로 확대해 매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를 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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