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후 처음으로 대통령실과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강희경 위원장이 온라인상에서 전공의로 추정되는 의사와 벌인 설전이 의료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의료사태에 대한 의사들의 '입장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강 위원장은 일부 발언에 대해 "흥분해 벌인 실수"라며 "당사자에게 사과했고 괜찮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의료 커뮤니티에 강희경 비대위원장과 한 의사가 최근 나눈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캡처돼 올라왔다.
이 글에서 작성자는 먼저 강 위원장에게 "대통령과 의사의 갈등은 의사가 항복하지 않는 한 봉합되지 않는다"며 "대화가 전혀 안 통하는 상대가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지, 교수직 내려놓기는 싫고 이 상황이 해결되기 바라니 전혀 도움도 안 되는 행동하는 것 아닌가"라고 보냈다.
이에 강 위원장은 "원하시는 게 뭔가"라며 "대화로 저들의 태도가 바뀌는 걸 기대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작성자는 "바뀌는 게 없는데 왜 토론회로 대화했다는 명분만 주느냐"며 "되레 정부에 이용당해서 뭘 얻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말뿐인 교수들이 무슨 영향이 있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따졌다.
이후 강 위원장과 작성자는 "그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길래 명심하라 말라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건가"(강 위원장), "당신들이 의료체계 변화에 영향력이 없음을 인정하라. 의사의 대표인양 굴지 말라"(작성자)라며 추가 공방을 벌였다.
결국 강 위장은 "대표인양 군적 없다. 아무도 해야 할 이야기를 하지 않기에 한 것뿐"이라며 "영향을 끼치고 싶으면 이야기를 하라.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이 사람 저 사람 욕하지 말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런데도 작성자는 장문의 글을 보내 대화가 무용하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 과정에 "파업과 같은 물리적인 수단을 써야 한다" "북한이 침략 왔는데 장성들이 토론회나 처 열고 있으면 잘도 막겠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파업했을 때 피해는 누가 보느냐. 정부가 눈 하나 깜짝하겠습니까"라며 "교수들이 파업해야 해결될 텐데 안 해서 이 모양이라는 건가. 당신 부모가 입원해있어도 교수에게 파업하라고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의사들이 집단 휴진하면 실질적인 피해는 환자가 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래도 작성자는 "대학병원 진료 수술이 마비되는 데 가만히 두면 (대통령) 지지율 타격 입는다"며 "의정 갈등 장기화로 장기적으로 환자들 뒤져나가나는 건 괜찮냐. 교수 당신들이 파업으로 실력행사 안 하고 대화나 해서 장기화했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또 다시 보냈다. 강 위원장은 "대화하면 어떻게 갈등이 장기화되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혹시 있느냐"며 "파업은 작성자의 부모가 입원할 때 하겠다. 입원 결정 나는 대로 꼭 알려주기 바란다"며 분노했다.
이런데도 작성자는 "긁혔네 ㅋㅋㅋ 대통령이 의사들 조롱할 때도 그렇게 발끈해보지 그랬냐"며 강 위원장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악수한 사진을 올리고 "대통령실은 예의 발랐나 보다. 장상윤만큼 의사에게 예의 바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ㅠㅠ"고 보냈다. 당시 토론회 연단에 먼저 오른 강 위원장은 악수를 청하는 장 수석을 위해 허리를 굽혔는데 이를 "예의 차렸다"며 비꼰 것이다.
결국 강 위원장은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모르는 인간과는 대화할 가치가 없다. 비난으로 인생 낭비하는 게 아깝다"며 대화를 끝냈다.
강 위원장은 해당 DM이 오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힘들어서 나도 그렇고 좌충우돌이다. 당시 흥분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대할 때 가족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나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다"며 "당사자에게 사과했고 감사하게도 괜찮다고 해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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