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혼자다' 최동석 율희 논란...시청자 '모를 권리'는 어디에?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10.25 10:08

이혼 지상중계가 불러온 역풍! 시청자는 피곤하다

'이제 혼자다' 최동석, 사진=방송 영상 캡처


환경윤리학자이며 철학자인 한스 요나스(Hans Jonas)는 ‘책임의 원칙’이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인간에게는 ‘모를 권리’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명의 신비에 대해 인간이 몰라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래야 인간이 존엄해질 수 있고,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방송 특히 관찰예능 프로그램으로 치환해본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미 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들의 사사로운 일들을 모두 알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집을 공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들의 자녀와 육아, 가족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의 대소사도 함께 하게 됐다. 그보다 더 나아간 프로그램에서는 갈등을 다루기도 한다.


이는 최근 유행을 시작한 ‘이혼 예능’이라는 코드와 만나 더욱 자극적으로 재생산된다. 단순히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부가 출연하는 수준을 넘어 이혼까지는 아니지만, 사이가 좋지 않아진 연예인 부부가 가상으로 이혼을 해보는 콘텐츠가 나왔다. TV조선에서 방송 중인 ‘이제 혼자다’는 이혼 이후의 삶을 다룬다. 어떠한 상황이던 이혼을 한 연예인이 ‘돌아온 싱글’ 즉 ‘돌싱’으로서 다시 세상에 나서고 적응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미 7월 파일럿 방송을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꽤 큰 화제성을 얻었다.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정규 편성돼 여러 이혼 연예인들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물론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혼자가 된 사람들의 세상 적응기! 달라진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현재 이 프로그램을 놓고 벌어지는 여러가지 논란들은 단순히 새로운 출발선에 선 사람들을 다룬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할 사람들이 자꾸 뒤를 돌아보며 과거의 앙금을 털어놓고, 심지어는 과거의 갈등이 현재화돼 계속 이슈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동석의 최근 하차는 그러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율희, 사진='율희의 방' 방송 영상 캡처


최동석의 ‘이제 혼자다’ 출연은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화제가 됐다. 왜냐하면 그는 완벽하게 이혼이 확정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처음 이혼 소식이 전해진 최동석은 이혼 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이혼 조정 중에 최동석은 방송 출연을 택했고, 그의 화제성을 충분히 알았던 제작진은 그의 출연을 허가했다.


방송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공개했던 최동석은 곧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기분이나 입장을 전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30일 이혼 소송 중 상간녀 손해배상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자 10월 방송되는 정규 편성 분량에서의 출연여부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그와 제작진은 출연을 강행했고, 결국 그가 방송에서 주장한 내용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 반박을 받자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의처증 논란에 부부 성폭행 의혹까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은 최동석과 제작진에게 부담이었고 결국 그는 최근 하차를 선언했다. 하지만 출연 연예인이 자꾸만 뒤를 보는 모습은 최동석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 15일 출연한 배우 이상아는 직접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첫 번째 배우자’라는 말을 계속하면서 실질적으로 코미디언 김한석에 대한 저격을 이어갔다.  이상아의 경우에는 방송 출연 전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김한석에 대해 ‘유책 배우자’라는 표현을 이었는데, 방송에 출연하게 된 그는 다시 한번 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새로운 삶에 대한 적응보다는 이혼에 대한 책임공방을 TV 밖에서 TV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모습밖엔 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통역사 출신으로 배우 이범수와 이혼했던 이윤진 역시 이혼 소송 중이다. 이렇듯 프로그램은 TV 전파를 통해 이혼에 대한 여론을 한쪽으로 쏠릴 수 있게 하는 손쉬운 방편을 제공했다.


이는 22일 방송된 전 라붐 멤버 율희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송에 등장한 율희는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했으며, 생계형 인플루언서로 사는 근황을 공개하며 이혼과정에서 아무런 금전적인 보상이 없었음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이혼한 율희의 이혼사유는 다시 온라인에서 화제에 올랐다. 게다가 율희가 지난 24일 저녁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민환과의 이혼 사유에 대해 남편이 유흥업소를 출입했다고 주장하며 본격적으로 폭로를 시작했다. 단지 ‘이제 혼자다’는 그 시발점이 됐을 뿐, 이를 통해 이혼을 통한 상처가 재조명되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사안이 더욱 복잡해졌다. 


사진=TV CHOSUN


물론 인간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대상이 평소에 대중의 관심을 지대하게 받는 연예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중은 연예인에 대해 추앙하고 동경하면서도, 그들의 사생활 하나하나를 관찰하길 원한다. 그렇기에 연예인의 사랑과 결혼, 이혼은 대중적으로 더욱 큰 관심을 받는다.


‘이제 혼자다’의 짧은 여정은 그들의 의도가 과연 순수했는지 묻게 한다. 출연자가 나올 때마다 그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심지어 이혼 소송 중이어서 말 한마디가 중요할 때 프로그램은 기꺼이 그들의 스피커가 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는 손쉬운 손절만이 따를 뿐이다. 대중이 굳이 몰라도 되는 이야기들을 꺼내 ‘모를 권리’를 방해하는 프로그램의 저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TV조선은 개국 이후 트로트 시리즈로 급속하게 인기를 얻은 이후부터 방송하는 ‘아내의 맛’, ‘아빠하고 나하고’ 등 관찰예능의 자극성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는 부부의 내밀한 사정이 아닌 이혼했거나, 그 위기의 부부들을 중계하며 그 자극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인 이혼은 그 사실이 알려지는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스트레스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최동석의 경우처럼 길게 비화할 때는 결국 대중에게도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혼자다’의 저의는 과연 무엇일까. 시청자들의 ‘모를 권리’는 어디까지 침해당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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