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기다림과 노력으로 완성한 '전,란'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4.10.25 08:00
/사진=넷플릭스


배우 정성일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발견한 배우 중 한 명이다. 다른 배우들이 기세를 이어받아 차기작을 빨리 선보인 데에 반해 정성일은 나름의 공백기를 가졌다. 차분하게 기회를 노리던 정성일은 '전,란'을 통해 다시 한번 임팩트를 남겼다. 기다리던 기회가 왔을 때 쏟아부은 엄청난 노력은 겐신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왔다.


'전,란'(연출 김상만, 각본 신철·박찬욱)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성일은 조선 정벌의 선봉에 선 다이묘 깃카와 겐신 역을 맡았다.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성일은 "정말 좋다"는 소감과 함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더 글로리'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작품이다 보니 오랜 텀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긴장도 하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작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고, 영화가 잘 나왔는데 반응도 좋아서 기분이 좋아요."





/사진=넷플릭스


스스로의 말처럼 '전,란'은 정성일이 '더 글로리'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빠르게 차기작을 선보일 수도 있었지만, 짧지 않은 공백기를 가졌다. 정성일은 하도영과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는 모두 고사했다며 공백기의 이유를 밝혔다.


"'더 글로리'와 하도영이 화제가 되다 보니 비슷한 결의 작품이 많이 들어왔어요. 선택하려면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결의 캐릭터에서 하도영을 넘어설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비슷한 캐릭터를 또 보여드리면 제 이미지가 국한될 것 같기도 해서 고사한 작품들이 있어요. 천천히 가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더 해보고 싶었어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같은 의견을 갖고 계셔서 기다렸던 것 같아요. 오랜 텀이 생기더라도 잘 가고 싶었어요."


차분하게 배역을 기다리던 정성일은 '전,란'은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성일은 "기다렸던 보람이 있었다"며 결과물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캐스팅을 보고 여기 껴도 되나 싶었어요. 다른 분들을 한 작품에 나올 수 있는데 저는 어벤져스 사이에 사람 한 명이 껴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게다가 박찬욱 감독님, 김상만 감독님도 참여하는 작품이잖아요.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에 더해 들어가도 되나 싶었어요. 이왕 들어갈 거면 피해는 주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매우 좋은 기회라 기다렸던 보람이 있더라고요. 부국제도 처음 가봤어요. 그것도 개막작으로 가게 돼서 진짜 좋은 경험을 하게 됐어요."


하도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기다렸던 정성일의 선택은 빛을 발했다. 첫 등장에서 투구를 쓴 채 등장했던 정성일은 기존과는 다른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겐신과 하도영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낸 사람들도 많았다. 정성일은 원하는 바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아 좋았다고 전했다.


"저도 처음 등장할 때 못 알아보겠더라고요. 부산에서도 말씀드렸는데 사람들이 일본 사람이라는 착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실 때 제가 원하는 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 넘게 작품에서 모습을 비춰드린 적도 없고 역할 자체가 다른 나라 말을 하는 외국 사람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준비한 것 이상의 보상을 받은 느낌이에요. 하도영이 없어진다는 건 있을 수 없지만 하도영도 있고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린 것 같아요."





/사진=넷플릭스


많은 시청자들이 겐신을 외국인으로 착각한 이유는 원어민을 연상케 하는 일본어 실력 때문이다. 정성일이 이렇게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대사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를 처음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언어가 전에 했던 모습에서 가장 벗어날 수 있어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초등학생처럼 히라가나부터 배웠어요. 대사만 외우려고 하니 전달하고 싶은 감정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확실히 그 뜻을 명확히 알 수 있으니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일본인 친구도 있고 일본어를 잘하는 친구도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일본어가 어떠냐고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더빙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다행히 어색하게 느낀 사람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긴시간 노력한 결과가 잘 드러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창한 일본어만큼이나 인상적인 건 검술 액션이었다. 과거 영화 '쌍화점'을 촬영하며 어느 정도 액션을 익혔다는 정성일은 일본 사무라이 같은 느낌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언어에 투자한 시간에 비하면 액션은 그렇게 많이 투자하지 않았어요. 평소에 몸을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쌍화점'이 오래됐지만, 그때 1년 정도를 검을 가지고 지내다 보니 몸에 잘 익었던 것 같아요. 액션스쿨에서 기초부터하더라도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다만, 쌍칼을 쓴 건 처음이라 그 부분을 연습했고 일본 특유의 검술이라 사무라이 특유의 폼, 보법도 공부했어요."


천영(강동원)의 남다른 검술을 알아본 겐신은 여러 차례 피 튀기는 혈투를 펼친다. 다만 전쟁 초기의 겐신과 전행 후의 검술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정성일은 그런 미묘한 변화를 통해 겐신이라는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천영과 싸울 때는 사무라이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보폭이나 자세에 신경을 썼어요. 7년 후에는 무의 기본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7년 동안 조선에서 많은 살인을 하며 생명에 대한 생각이 무감각해지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무를 중시하던 겐신이 전쟁 속에서 7년을 있다 보면 살육이 아무렇지 않아진 거죠. 그래도 천영을 만났을 때만은 무를 즐기는 사람이었다고 봐요."





/사진=넷플릭스


기다렸던 순간이 찾아오자 끊임없는 노력을 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정성일이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아 있다. 계속해서 불안함을 느낀다는 정성일은 이러한 불안함을 원동력 삼아 계속해서 전진한다고 밝혔다.


"1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전,란'이 나왔는데 그 사이에 다른 작품도 촬영했어요. 감사하게도 쉬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늘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해요. 내 선택을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나를 선택해 준 사람들에게 내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더 글로리'가 많은 관심을 받았을 때도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한 건 어떤 것이든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일을 해오다 보니 불안함을 늘 느끼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불안함을 원동력 삼아 달려온 정성일은 '전, 란' 외에도 '전지적 독자 시점', '트리거', '메이드 인 코리아', '보호자들' 등 다양한 작품의 출연을 앞두고 있다. 정성일은 연기를 통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단 한 명이라도 진정성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기는 답이 없기 때문에 열 명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단 한 명이라도 진정성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명확하진 않지만, 어떤 작품이 됐건 보시는 분들이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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