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썰] '안경 쓴' 낯선 사람에 길 가르쳐 줬는데…내 신상이 털렸다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10.25 08:45
'핌아이즈'로 지나가는 학생의 얼굴을 분석하는 예시 영상 /사진=안푸 응우옌 'X' 계정

특수안경을 쓰고 맞은편 사람을 쳐다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신상정보가 눈앞에 줄줄이 나열되는 SF 영화 속 '그 장면'이 실현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평범한 학생 카시프 호다가 미국 보스턴주 하버드광장 근처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 겪은 기이한 경험을 전했다. '괴상하고 두꺼운 안경'을 쓴 한 젊은이가 다가와 길을 묻더니, 잠시 뒤 다시 그에게 다가와 "혹시 인도의 소수 민족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었다는 것.

호다는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현재 생명공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전엔 기자 생활을 했고, 당시 인도의 소수 민족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 젊은이는 "당신의 글을 전에 읽어본 적이 있다"고 말하며 호다에게 악수를 청했다.

호다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젊은이의 정체는 바로 '안면인식 안경'을 만든 '핌아이즈(PimEyes)' 하버드생 안푸 응우옌이었다. '괴상하고 두꺼운 안경'은 메타(Meta)가 출시한 '레이벤 메타2' 안경이었다. 레이벤 메타는 안경에 소형카메라와 온디바이스AI(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이다. 카메라가 탑재된 만큼, 눈앞의 물건의 무엇인지 물어보면 스피커가 이를 인식해 답해주는 기능은 있지만 사람의 신상을 제공하진 않는다.

응우옌은 같은 학교 학생인 케인 아르데이피오와 함께 레이벤 메타2의 알고리즘을 수정, 누군가의 얼굴 사진을 입력하면 인터넷에 떠도는 유사한 사진과 정보를 찾아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검색된 정보는 안경을 착용한 사람의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응우옌은 길을 묻는 척하며 호다의 얼굴을 인식한 뒤 전송된 정보를 확인, 낯선 행인인 호다에게 '아는 척'을 한 것이다.


'핌아이즈'의 개발 소식이 알려지고 일상 속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메타는 곧바로 선을 그었다. 앤디 스톤 메타 대변인은 자사 SNS '스레드' 계정을 통해 "응우옌 등이 한 일은 어떤 카메라, 전화, 녹음 장치를 사용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다른 장치와 달리 레이벤 메타 안경은 상대방이 녹화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LED 표시등도 있다"고 했다.

응우옌과 아르데이피오는 뉴욕타임스에 "학교 과제로 시도해 본 프로젝트이며, 이를 상업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이 쉽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길 바랐다"고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번 보도를 통해 핌아이즈의 존재를 알게 된 여러 투자자가 응우옌과 아르데이피오에게 연락, 추가 개발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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