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국토위]20일의 여정, 가장 빛났던 순간은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이정혁 기자, 조성준 기자 | 2024.10.25 06:01

[the300][2024 국정감사]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종합감사=김기표(민), 문진석(민), 민홍철(민), 박용갑(민), 복기왕(민), 손명수(민), 송기헌(민), 안태준(민), 염태영(민), 윤종군(민), 이소영(민), 이연희(민), 이춘석(민), 전용기(민), 정준호(민), 한준호(민), 권영세(국), 권영진(국), 김도읍(국), 김은혜(국), 김정재(국), 김희정(국), 서범수(국), 엄태영(국), 윤영석(국), 윤재옥(국), 정점식(국), 황운하(혁), 윤종오(진), 맹성규(민, 위원장)

지난 7일부터 25일 새벽까지 장장 20일간 이어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2024년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정치권을 강타한 대통령실 관저 불법 증축 의혹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의 주 무대 중 한 곳이었던 만큼 '정치 국감'을 피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한 끗 다른 논리와 증인 신문, 공들인 정책질의 등으로 국감을 장악한 이들이 있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 초반부터 남다른 준비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현장을 발로 뛰며 해외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지 않은 열선시스템 제품을 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증을 받은 것으로 보고가 돼 있으나, 시스템이 아닌 열선으로만 인증을 받은 곳도 있었다. 이는 국토교통부 기계 설비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만든 열선시스템 모형도 선보였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이 사장은 "일단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며 "이후 대책을 강구해 예산이 어느 정도 필요할지 책정하고, 다른 기관과 협의해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임대보증 취소로 고통받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억울함에도 함께 해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부산에서 임대인이 일명 깡통주택 190여채를 이용해 임차인 149명으로부터 보증금 183억원을 챙긴 전세사기 사건이 발단이 된 건이다. 임대인이 위조한 계약서를 제출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HUG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이에 피해자들이 HUG와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김 의원은 국감장에 피해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피해자들의 억울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 의원은 "피해자들은 임대인의 사기 행위로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보증보험이 취소됐다"며 "국가를 믿고 안심하고 있다가 버림을 받은 게 아니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국토부와 HUG에 대책을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종합감사에서 선량한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HUG 내부 규정과 약관을 개정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 개정 등의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HUG가 공적 보증기관으로서의 임차인 보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차관 출신의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 방향이 잘못된 풍향 자료에 근거해 정해진 사실을 발견해 바로잡았다. 이에 박 장관이 "굉장히 감탄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고,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손 의원을 가리켜 "아주 건설적인 정책 국정감사를 하고 계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또 김태극 티머니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수도권 통합환승할인 정보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버스회사 등에 제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김 대표가 유상으로 구매해오는 정보이기 때문에 임의로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손 의원은 티머니가 그간 공적 영역인 통합환승제 안에서 수혜를 받아왔던 만큼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의원들도 가세하면서 김 대표는 결국 "유념해서 코레일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매번 차별화된 아이템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한 이후 이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꼼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밝혀냈고, 국내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전기버스 제조사들이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변화를 끌어냈다.


또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 중 당초 설계보다 최대 20% 많은 철근이 주문된 단지들이 있었던 점, 전(前) 정부 시절 국토부 공모전에 1위로 선정된 업체가 지난해 발생한 철근누락 사태 당시 설계업체로 들어와 문제가 됐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두고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던 와중 사전청약 등 전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여당의 최전방에서 응수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자타공인 가장 큰 한 방을 날렸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지난 16일 HUG를 대상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디딤돌 대출에 제한을 가한 데 대해 질타한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러자 HUG는 디딤돌 대출의 한도 축소 조치를 잠정 유예하기로 했고, 뒤이어 국토부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장관은 "최근 정책 대출 규모가 지속 증가해 과도한 대출 확대를 자제하도록 은행에 요청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통일된 지침이 없었고, 조치를 시행하기 전 충분한 안내 기간을 가지지 않았다. 국민들께 혼선과 불편을 드려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별·대상자별·주택 유형별 상황이 다른 점을 감안해 비수도권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 등의 개선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여당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여소야대 국면 속 증인 채택 등을 두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되, 취할 것은 취하는 협상력으로 국정감사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지난 7일 LH 국정감사에서 불과 하루 전 발표됐던 노후 임대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서도 검증하는 베테랑 면모를 보이는 등 정책 이슈도 꼼꼼하게 짚었다.

정준호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관저 증축 의혹을 둘러싼 공방 속 가장 돋보이는 플레이어였다. 그는 지난 11일 코레일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관저 정자 증축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와 허위 문서 의혹을 제기했다. 코레일이 용산구의 정자 증축 신고에 대해 하루 만에 검토를 끝마진 점과 검토의견서에 시점상 불가능한 도면이 혼재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용산어린이정원 사업 관련 특혜 의혹도 새롭게 제기했다. 올댓아이엠씨(올댓캠퍼스)라는 마케팅 업체가 용산어린이정원 수의계약으로 여러 차례 따내며 누적 130억원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이다. 정 의원은 "공공기관의 수의계약 체결 절차에 대한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규명하고, 공정한 계약 체결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국토부 차관 출신의 전문성과 다년간의 국토위 경험을 살린 '깨알' 첨언으로 국감 전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의원들의 지적에 가세해 피감기관으로부터 개선을 이끌어내거나, 불분명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예컨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LH에 전관 특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면, 국감장에 배석한 국토부 직원에게 "(상위기관인) 국토부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냥 넘길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하는 식이다.

상임위원장을 처음 맡아보는 만큼 미숙한 모습도 보여줬다. '저녁 시간 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쉼 없이 국감을 진행하다가 시간 관리에 실패해 오후 8~9시쯤 국감을 마치는 일이 더러 있었다. 여야 간사가 사전에 합의한 질의 시간이 있음에도, 질의가 길어지는 의원들에게 임의로 추가 시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추가 질의 시간을 염두에 둔 듯 길게 질문을 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다소 무질서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편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국감 스코어보드의 평가 기준은 △정책 전문성 △이슈 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국감 매너 등이다. 상임위별 이슈·현안 관련 전문성과 발언의 적절성, 고성·욕설·막말 여부, 성실성 등을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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