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살리고 돈도 아끼고 '일석이조'…MZ 보물찾기 성지 된 중고장터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하수민 기자 | 2024.10.25 09:00

[MT리포트]2030의 새로운 추구미, 슬로패션 (下)

편집자주 |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패션산업은 매년 1000억 벌에 달하는 의류를 생산한다. 이중 73%는 재고로 남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패션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 유행을 따르는 대신 친환경적으로 옷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향인 슬로패션이 점차 주목받는다. 중고 구제 의류들은 값싼 프리미엄이 붙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으로 재탄생 중이다. MZ세대가 슬로패션을 소비하는 법, 친환경적 의류 소비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짚어본다.



한해 버려지는 옷 11만톤…"바다 옆 쓰레기 산 쌓고 있다"


-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인터뷰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세계 수선·수리의 날(매년 10월 셋째주 토요일)인 지난 19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 거리에는 재봉틀과 뜨개질 부대가 늘어섰다. 의류 순환 문화 캠페인을 전개하는 비영리 단체 '다시입다연구소'에서 진행한 수선 문화 확산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사진)는 "산업화로 기성복이 탄생하기 전까지 인류는 옷을 직접 만들고 고치고 물려 입어왔다"며 "수선은 옷과 개인의 관계성을 맺어주는 매개체였다"며 수선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의류 폐기물은 약 11만톤(t)으로 집계된다. 2018년까지만 해도 6만톤 남짓이었으나 4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정 대표는 폐기되는 재고 의류 등을 포함하면 의류 폐기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는 "헌옷수거함 속 의류와 더불어 봉제 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버리는 자투리 등 섬유 폐기물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옷의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을 포함하면 11만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에 10만개 넘게 설치된 헌옷수거함에 모인 옷 중 일부는 동묘시장 등에서 판매되고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가나 등 해외로 수출된다. 일년에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의류는 30만톤에 달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헌 옷 수출량이 전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미국, 중국, 영국 다음 순이다. 정 대표는 "해외로 수출된 옷들 가운데서도 40% 가량은 바다 옆에 매립돼 쓰레기 산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옷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폐기되기까지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연섬유인 면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농약과 물이 사용됨에 따라 토양이 사막화되고 있다"며 "회색빛의 솜에서 새하얀실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에서도 다량의 표백제나 염료가 쓰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 농약 사용량의 11%, 폐수의 20%는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정 대표는 "옷을 만들때 주로 쓰이는 합성 섬유 역시 석유에서 추출해 낸 또다른 형태의 플라스틱"이라며 "일회용기 못지 않게 옷도 역시 썩지 않는 재료인 플라스틱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 의식에 입각해 다양한 법안이 마련돼 있다. 프랑스는 '의류 재고 폐기 금지법'을 제정해 재고 버리기를 금지하고 있다. 개인이 세탁소 등에서 옷을 수선해서 입고 정부에 영수증을 청구하면 최대 25유로(약 3만5000원)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 다시입다연구소도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 환경을 조성하고자 의류 재고 폐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정 대표는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도와 기술이 있더라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기업도 외면할 수 밖에 없다"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한번 살때 오래입을 수있는 옷을 사서 고쳐입고 바꿔입는 것이 진정한 멋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가 살게요!" 중고거래 뜨자마자 광클…2030 몰려드는 이유



직장인 문모씨는 중고거래 매니아다. 최근에는 폐업한 카페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려놓은 6인용 테이블과 의자 8개를 구매했다. 브랜드 의류나 스피커 등 갖고 싶은 제품의 키워드도 틈틈이 업데이트한다. 사진은 중고거래플랫폼에서 받은 관심상품 알림 갈무리 화면(왼쪽)과 판매 화면/사진=독자제공

#직장인 문모씨는 중고거래 매니아다. 최근에는 폐업한 카페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려놓은 6인용 테이블과 의자 8개를 구매했다. 브랜드 의류나 스피커 등 갖고 싶은 제품의 키워드도 틈틈이 업데이트한다. 문씨는 "키워드 알림을 설정해 놓으면 발 빠르게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데 원하던 제품을 구매하게 되면 마치 대어를 낚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라며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시즌이 지난 옷들을 다시 팔고 새 시즌 옷을 사기도 하는데 물건을 살 때 구매 영수증이나 택은 재판매를 염두에 두고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물건을 소유한다기보다 공유한다는 개념이 폭넓어지면서 중고거래 통해 의류나 소품을 구매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헤지고 낡은 물품이라서 내놓는다기보다 다른 제품 구매를 위해 물건 내놓고 중고 물품을 되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번개장터에 따르면 2008년 4조원이었던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원까지 커진 데 이어 내년에는 4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상황과 맞물려 물건을 저렴하게 사려는 실속형 소비자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원하는 상품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중고를 찾아 나서는 젊은 세대의 소비 행동 변화 등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그래픽=이지혜

실제로 중고 제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의 사용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8월 269만명에서 지난 296만명으로 3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중고 의류 플랫폼 '차란'의 경우 지난해 8월 3만명에서 1년 만에 4.3배인 13만명으로 가파르게 뛰었다. 중고 제품 거래 앱인 '당근마켓' 이용자도 지난해 8월 1717만명에서 올 8월 1764만명으로 늘었다.

판매되는 중고 제품도 다양화되고 있다. 확고한 취향을 가진 이용자가 많이 찾는 브랜드 중심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서는패션(의류, 신발, 가방, 지갑, 액세서리)부터 스타굿즈, 취향 카테고리가 많은 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패션의 경우 브랜드 상품과 명품 중심의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명품과 브랜드 제품 위주의 거래로 감가 보전이 높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건의 소유보다는 입고 착용하는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

번개장터의 최근 90일 기준 20·30대 패션 카테고리 거래 TOP10을 살펴보면 △스투시 △베이프 △수프림 등 유명 스트릿 브랜드부터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 중심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패션에 관심이 높은 2030들에게 중고 거래 플랫폼은 하나의 보물찾기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빈티지 마니아' 김사영(29)씨는 "외국에 나가서도 다양한 세컨핸드샵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감성과 가격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최근에는 국내 플랫폼에도 좋은 물건이 많이 올라와서 외국에서 발품 파는 것보다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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