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대 의대 교수들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23일) 긴급총회를 열고, 밤까지 이어진 장시간 토론 끝에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전의교협은 "긴급총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며 "회의 결과, 전의교협은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이 결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참여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는 의사단체에 대해 "전공의와 학생(의대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료계 단체로 구성돼야 한다"며 "정부도 의료대란을 촉발한 당사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의사단체로 의대 교수 단체가 아닌, 의정 갈등의 핵심 멤버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포함된 단체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전의교협은 "의료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대한의학회와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라고도 했다. 당장 협의체에 참여하진 않겠지만 참여하기로 한 교수들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지 않은 것이다.
반면 의정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달 13일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 시점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입장을 낸 후, 이 입장을 유지해왔다. 전의비는 24일 협의체 참여 여부와 관련해 회의를 다시 진행할 예정인데, 내부에선 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교협은 참여 유보 의향을, 전의비는 불참 의향을 내비친 가운데, 역시 의대 교수들이 주축인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22일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의대 교수들의 행보는 엇갈리게 됐다. 다만 이들 두 단체가 요구한 5가지 사항 중 하나인 '의대생 휴학 승인'을 협의체 출범 이전에 실행돼야 할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협의체 출범의 공은 정부에게 넘겨졌다. KAMC는 이달 말까지 의대생 휴학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각 대학 총장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대한의학회와 KAMC는 협의회에 참여할 경우 전공의·의대생의 입장을 여·야·정에 대신 전달하겠다는 '메신저'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한 상태다. 하지만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이들 단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23일 SNS에 이들 두 단체를 거론하며 "교수님들께 한 말씀 드린다. 교수님들의 결정이 정말 사태 해결에 도움 될지, 혹여 제자들과 멀어지는 길은 아닐지 다시 한 번 숙고하시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에 편승할 게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우선이 아닐지요"라고 물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참여하지 않으면 야당도 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의대생과 야당이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반쪽 출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단체들조차 정부와 입장차가 커 협의체 구성이 쉽지 않다"며 "설령 반쪽짜리로 출범한다 하더라도 전공의·의대생이 빠져 있어 대표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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