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신드롬'에 잔디에 앉아 책 펴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이현수 기자 | 2024.10.24 16:20
24일 낮 서울 송파구 송파책박물관 앞 야외도서관에서 한 중년 남성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이현수 기자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사람들이 책을 읽기 위해 야외에 모여들었다. 시청 광장 등 서울 종로구에서 시작한 야외도서관이 '한강 신드롬'에 힘입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고 있다.

24일 낮 서울 송파구 책박물관 옆 가락누리공원 야외도서관에서 만난 50대 남성 김모씨는 "책은 원래도 좋아했지만,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이후에 독서에 더 관심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인근 회사에 다니는 독서가 취미인 직장인이다.

이날 야외도서관엔 경쾌한 연주곡과 함께 짧게 깎인 잔디 위로 빈백 10여개와 책 1000여권이 놓였다. 한강 작가의 책은 아예 테이블 하나를 점령했다.

송파구는 다음 달 2일까지 주요 공원에서 야외도서관을 운영한다. 이달 24일~26일 가락누리공원에서,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아시아공원 책광장에서 낮 12시~저녁 6시 누구나 방문해 책을 읽을 수 있다. 서대문구, 구로구에서도 야외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야외도서관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5살, 8살 자녀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나온 40대 A씨는 "시청 앞 야외도서관도 아이들 책 읽어주러 가보고 싶었는데 멀다고 생각해서 못 가봤다"며 "동네에서 이렇게 야외도서관을 만들어주니 가까워 좋다. 우리 딸은 학교 마치자마자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최모씨(40)는 마침 쉬는 날을 맞아 경기 광주시 집에서 송파 야외도서관을 일부러 찾았다. 그는 "도서관은 잘 안 가고 책을 사서 집에서 보는 편"이라면서도 "동네 사람만 오는지 평화로워서 참 좋다. 책을 읽다가 잠깐 낮잠도 잤다"고 했다.


명소 된 야외도서관…영국 관광객도 "한강 번역서 찾는 중"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야외도서관에서 변모씨(31)가 책을 읽고 있다. /사진=이현수 기자
전날 오후 서울 청계천 야외도서관 '책읽는 맑은냇가'는 평일에도 책 읽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냇가 의자에 걸터 앉은 이들은 선선한 바람이 불자 무릎에 담요를 두르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도 야외도서관에 자리를 잡았다. 영국 국적 관광객 비키(60)는 "청계천 야외도서관에 한강 작가 책 영문판이 있다고 해서 찾고 있다"며 "지금은 황석영 작가의 '마터 2-10'(Mater 2-10)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마터 2-10'은 황 작가가 2019년 펴낸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의 영문판으로 지난해 5월 영국에서 출간돼 올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의 남편 던컨(62)은 "청계천은 산책로가 좋다고 들어서 왔는데 야외도서관을 우연히 발견했다"며 "야외도서관에 앉아서 독서하고 산책하고 쉼을 가지는 한국 사람들을 보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평소 실내에서 책을 읽던 이들도 야외도서관을 찾아왔다. 변모씨(31)는 "쉬는 시간에 독서만 할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데 원래 카페나 집에서 읽는 편"이라며 "산책 코스던 청계천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야외도서관을 자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 모인 애독자들은 한강 작가 수상에 독서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정년 퇴직한 친구들과 방문했다는 60대 여성은 "한강 작가 수상 이후 그의 소설을 읽었는데 표현에 놀라고 감탄하면서 독서에 불이 붙었다"며 "여기 외국인들이 한국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뿌듯함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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