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전투병을 파병하며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것은 크게 3가지를 얻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외화 확보 △러시아와의 군사적 동맹 강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완성 등이다.
23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특수부대를 포함해 총 4개 여단,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전에 파병하기로 하고 1차로 1500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냈다.
북한은 파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북한이 잠재적으로 6000명으로 구성된 2개의 여단 (파병을) 준비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해서 얻는 이익이 손실보다 크다는 계산에 따라 파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북한은 파병을 통해 외화를 벌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에 입대한 병사는 2000달러(276만1400원)의 월급과 소정의 일시금을 받는다. 북한군에게도 이같은 급여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만2000명을 파병한다고 가정하면 2400만달러(331억3680만원)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90% 이상이 북한 정권의 몫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국 등 해외 북한 노동자들이 통상 89~90%를 상납하는 관행을 감안한 계산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경제적 인센티브'는 파병을 결정한 핵심적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최근 1~2년 사이 중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잘 해주지 않았다. 유엔(UN) 제재나 대미 관계 등을 의식해 북한에 경제적 '뒷문'을 완전히 열지 않고 있다"며 "이에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며 일종의 '시계추 외교'를 통해 중국까지 압박해 뭔가 더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얻을 안보·군사적 이익도 크다고 바라본다. 북한은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수준을 강화할 수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동맹이 되면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러시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전은 파견된 부대가 실전 경험을 쌓는 등 재래식 군사력을 끌어올릴 계기도 될 수 있다.
또 북한은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에서 ICBM 대기권 재진입·다탄두 기술(대기권 밖에서 분리된 탄두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해 목표를 타격하는 기술) 등을 넘겨 받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대미 억제력·협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북한은 핵 미사일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을 얻으려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재래식 무기 성능 개량, 정찰 위성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한도를 초과한 에너지를 수출하면서 북한의 경제, 사회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대 북한'이라는 구도가 '한미 대 북러'라는 구도로 변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핵을 버리라는 요구를 하기 어려워졌다. 비핵화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확장 억제력을 제공하는 만큼 러시아도 북한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분단 체제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북한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효과도 꾀할 수 있다. 북한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경제적 고립으로 민심이 동요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군사 활동을 통해 북한 주민의 눈길을 외부로 돌리고 결속을 유도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북러 동맹과 군사력 강화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지만 일각에선 역설적으로 한반도 전쟁의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를 뒷배로 호전적 행위는 할 수 있겠지만 '유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본다"며 "(군사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균형을 이뤄 오히려 국지전, 전면전은 억제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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