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종료·탄핵 위기…"협의체 불참" 대전협·의협, 대표성도 '흔들'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10.23 14:30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의정 갈등 이후 8개월 만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의사 단체와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다만, 이번 사태의 핵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불참 의사를 밝혀 '반쪽 출범'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료계는 의협과 대전협을 이끄는 '두 수장'의 위기가 협의체 불참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바라본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탄핵(불신임) 위기에 봉착했고,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운신의 폭이 제한된 상황에 협의체가 일정 성과를 도출할 경우 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단체 '내부 갈등' 분출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현근 의협 대의원은 지난 21일 전체 대의원에게 임현택 회장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임총) 개최 동의서를 보냈다. 간호법 제정과 의대 증원 통과 등으로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한 점, SNS(소셜미디어)에 쓴 막말 등이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는 점 등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의협에 따르면 회장과 임원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총 246명 중 3분의 1인 83명 이상이 동의해야 발의된다. 임총이 소집된 후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164명)이 출석해야 불신임안이 안건으로 상정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불신임안이 가결된다. 이 경우, 지난 5월 취임한 지 반년 만에 '법정 유일 의사단체'인 의협 수장이 내려오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한다. 최근 조현근·조병욱 대의원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 회장의 불신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1982명)의 85.2%가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전공의 대표의 자격을 둘러싼 내홍도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강동성심병원 사직 전공의로 지금은 의협에서 일하는 임진수 기획이사는 최근 박 비대위원장의 SNS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저의 절박함은 깎아내릴 것이 아니다"며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 박 위원장이 임 이사의 언론 인터뷰를 공유하며 "(의협이) 사직 전공의 한 명을 앞세워 현 사태에 혼선과 분란을 지속해서 야기하고 있다"며 "'괴뢰 집단'(새로운 전공의 단체)을 세우려던 정황 역시 확인된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리자 반론에 나선 것이다.

임 이사는 이 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몰하느니,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누구의 힘이라도 빌리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쪽을 택했다"며 분개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에게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대전협으로부터 어떤 안내나 설명을 듣지 못했다. 지금 사직 전공의는 대전협의 계획에 대해 알고 있느냐"며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 의견은 선생님(박 위원장)만 대표하고 의견을 모아보겠다는 제 자구책 중 하나를 괴뢰 집단으로 매도하는 건 모순"이라고 날을 세웠다.



의정 협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의사들은 소속, 직역, 나이에 따라 이해관계가 제각각 다르다. 이에 따라 의료계의 갈등 양상 역시 매우 복잡하다. 의대 증원의 경우 같은 의사라도 경영자 중심의 대한병원협회(병협) 등은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다. 똑같은 병원에서 일해도 미래의 수익과 직업 안정성에 민감한 전공의는 전임의(펠로)나 의대 교수보다 의대 증원에 더 크게 반발한다. 대통령실이 의대 증원 2000명 발표 후 의료계에 "통일된 안을 제시하면 증원 규모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무산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주시 제주대학교병원을 찾아 최국명 병원장과 의료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전날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의협과는 '성격'이 다르다. 의학회는 학술·교육을 관장하고 KAMC는 개원의를 배제한 단체로 모두 의대 교수 중심이다. 실제 이들은 입장문 등을 통해 "의대생-전공의로 이어지는 의료인 양성 시스템 파행"과 "상급종합병원 의료 시스템 왜곡과 붕괴"를 협의체 참여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의료 수가 조정과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강조하는 의협, 대전협과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안팎으로 불거지는 의사단체의 갈등이 향후 의정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의협 대의원회가 회장 불신임과 비대위 설치를 가결하고, 개원의에서 의대 교수 중심으로 비대위 집행부가 꾸려지면 강경파보다 협상파에 더 큰 힘이 실릴 수 있다. 전공의를 사직한 박단 대표가 '전공의 대표'로 나서는 데 대한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집행부마저 전원 사퇴한 상황에 정부와의 협상력, 회원에 대한 영향력 모두 모호한 상황이다. 복귀 전공의가 스스로 자신들의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회칙대로라면 박 위원장의 회장으로서 임기는 지난 8월 31일 이미 종료됐다.

베스트 클릭

  1. 1 속옷 벗기고 손 묶고 "빨리 끝내자"…초등생이 벌인 끔찍한 짓
  2. 2 19층 어린이 층간소음 사과 편지에 18층 할머니가 쓴 답장 '훈훈'
  3. 3 "차라리 편의점 알바"…인력난 시달리는 '월 206만원' 요양보호사
  4. 4 졸혼 3년 뒤 "나 암걸렸어, 돌봐줘"…아내는 이혼 결심, 왜?
  5. 5 '명예훼손 혐의' 박수홍 형수 이모씨 선고, 하루 전 돌연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