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자산과 투자자 기관화

머니투데이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상임부회장 | 2024.10.24 05:00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상임부회장. /사진제공=닥사.

지난해 국민연금이 코인베이스의 주식을 매입해 수백억원의 이익을 본 일은 이미 유명하다. 그해 국민연금은 역대 가장 높은 기금운용 수익률(13.59%)을 달성했다. 올해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매입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기업이다.

국민연금은 우리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다.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은 국민에게 유익이 된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얼마 전 한국투자공사가 코인베이스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매입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연기금들이 가상자산,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가상자산거래소와 비트코인 보유기업 등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의 가상자산거래소다. 우리 가상자산거래소와 마찬가지로 디지털자산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다만 우리와는 달리, 법인·기관투자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시에 파생상품 시장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중요 사업으로 꼽는다.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의 투자 참여에 제한이 없고 나스닥에 상장돼 주식 매집이 용이하다. 외국인의 플랫폼 이용에도 큰 제약이 없다. 즉 코인베이스는 법인·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시장참여, 파생상품의 거래 등이 모두 허용되는 가상자산거래소다. 이러한 가상자산거래소의 기업가치는 주요 연기금의 투자를 불러올 만큼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반면 국내 거래소는 법인·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의 시장 참여, 파생상품 거래 서비스 모두 허용돼 있지 않다. 제약된 서비스 환경과 불명확한 규제 환경은 기업의 미래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또 많은 투자자가 국내 거래소에 없는 서비스를 찾아 해외로 떠난다. 그 자금의 규모는 국내 총거래 규모를 압도한다. 국내 시장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안정화되고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을 이탈한 자금은 이용자 보호 조치로부터 멀어지고 취약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국민들의 손실은 국부 유출과 다름없다.


따라서 '투자자의 기관화'가 향후 국내 시장의 키워드가 돼야 한다. 현재 이용자 대부분이 개인이라는 것은 리테일 시장이 활성화된 한국 시장 고유의 특성이 아니다. 원화마켓 참여에 필요한 실명계정이 법인이나 기관에 발급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그리고 이 현상이 국내 시장의 높은 가격 변동성, 유동성 부족 등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정보력과 분석력이 우위에 있는 기관투자자의 시장참여가 활발할 때, 개인투자자들도 시장 안정성이라는 유익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장차 외국인의 시장참여와 파생상품 서비스까지 허용된다면 그 시너지는 배가 될 것이다. 특히 선물시장은 가격 위험 헤지가 핵심인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건전한 위험관리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는 해외로 유출되는 자본과 인력을 국내 시장으로 유턴시킬 강한 유인이 되고, 가상자산거래소를 포함한 많은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관련 국내 기업들의 미래가치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그 결과에 따른 시기와 속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디지털자산 시장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방안을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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