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끝이 '끝' 아니다…고려아연 진검승부 지금부터 시작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4.10.23 11:54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된다. 이에 따라 최 회장측과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국면은 모두 마무리된다. 하지만 공개매수를 통해 상대를 압도하는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겠단 양측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제 원점에서 주주총회 표싸움을 통해 승부를 보기위한 치열한 힘싸움이 다시 벌어진다.

23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고려아연 최 회장측 공개매수는 이날 유가증권시장 정규장 마감인 오후 3시 30분에 종료된다. 공개매수 가격은 89만원이었다. 이 가격에 고려아연은 발행주식 총수의 최대 17.5%를 자사주로 사들였으며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은 최대 2.5%를 매수했다. 공개매수 결과는 이날 정규장 마감 뒤부터 오는 24일 오전 사이에 나올 전망이다.

이를 끝으로 약 한달간 이어진 양측의 공개매수 국면이 마무리된다. 지난 14일 종료된 MBK·영풍의 공개매수엔 5.34%의 주주가 응했고 이날 종료되는 최 회장측 공개매수 청약률이 나오면 양측 공개매수 결과가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다. 하지만 최 회장측 공개매수 결과와 무관하게 양측의 공개매수를 통한 의결권 지분율 구도는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최대 17.5%는 의결권 없는 자사주 매입이기 때문이다.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 2.5%를 반영한 최 회장측 의결권 지분율은 36%대, MBK·영풍은 38%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02.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양측 모두 전략적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얻고자 했던 바를 얻지 못한 셈이다. 7%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의결권 지분율 과반을 넘기려 했던 MBK·영풍의 계획은 무산됐다. 최 회장측은 높은 공개매수 가격으로 MBK·영풍의 공개매수 청약률을 최소화해 지분율 격차를 벌리려했지만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어느쪽도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36%대 38% 구도가 양측 공개매수가 남긴 결과물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부턴 주주총회 표대결을 통해 이사회를 차지하려는 힘싸움이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내 열릴 수 있는 임시 주주총회부터 멀게는 내년 3월 예정된 정기주주총회까지 의결권 지분율에서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기위한 양측 힘싸움이 진행되는 셈이다.


이를 위한 양측 핵심 승부처 중 하나는 장내매수다. 의결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장내에서 사둬야 한다. 2차 '쩐의 전쟁'이 예고된 셈이다. 장내매수 경쟁 규모는 이날 종료된 최 회장측 공개매수 청약률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고려아연 유통 주식물량은 18% 안팎인데 최 회장측 공개매수 청약률이 낮을수록 잔여 유통물량 규모는 늘어나게 되고 쩐의 전쟁 규모역시 커진다. 반대로 최 회장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해당 물량 거의 대부분을 빨아들이면 양측 모두 장내매수 경쟁을 벌일 공간이 줄어든다. 이 경우 장내매수보단 백기사 포섭이 핵심 전장이 된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MBK 파트너스와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9년 이후 악화한 고려아연의 재무구조를 지적하며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강성두 (주)영풍 사장,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2024.9.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국민연금의 의중은 양측 통제범위 밖에 있는 핵심 변수다. 7%대 고려아연 지분을 들고있는 것으로 추정된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지금처럼 박빙의 지분율 구도에선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일단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발의된 안건 거의 대부분에 찬성했다. 지금까진 현 경영진인 최 회장측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공개매수 국면에서 법원이 MBK측 가처분 신청을 연이어 기각한 만큼 국민연금 의중과 관련, 최 회장측이 명분상으로도 유리하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이기 때문에 중립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이 신탁계약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 2.4%의 활용 여부와 시점도 관건이다. 기존 자사주를 우군에게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최 회장측으로선 '조커'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민여론이 집중된 초유의 경영권 분쟁인 만큼 이에 응해줄 우군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적 자사주 처분 가능 시점상 임시 주주총회 전에 자사주 2.4%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단 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공개매수가 주요 전장일 때완 달리 장내매수와 백기사 확보 등 다각도에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라며 "공개매수 이후 힘싸움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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