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 동네 학폭위? 진짜 변호사 데려와"…심의 질질 끌었다

머니투데이 이승주 기자, 유효송 기자 | 2024.10.23 15:34

[the300][2024 국정감사]

2024학년도 1학기 서울시 교육지원청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소요기간/그래픽=김지영
서울 지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원회 '늑장 심의'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이른바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서초, 강동·송파 등 '범 강남' 지역의 학폭 심의 지연 비율이 90%대로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 담당 인력 부족 뿐 아니라 높은 학구열과 소득수준의 영향으로 학부모들이 학폭 심의위원회에 변호사를 데려가거나 민원 또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도 1학기 기준 서울 교육지원청별 학폭 심의 지연 비율은 강동송파가 98%, 강남서초가 94%로 서울 평균 83%을 각각 15%포인트(p), 11%p씩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의 '2024년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의 심의요청이 있는 경우 3주 이내 학폭위를 여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7일 이내에서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4주 이내에는 학폭위가 열려야 한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서울 11개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학폭 1238건 중 1023건이 4주 이내에 심의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지연 비율이 0%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동송파와 강남서초 외에도 대표적인 학원가인 목동이 있는 강서양천 교육지원청은 4주 이내에 심의가 이뤄진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작관악과 서부 교육지원청 심의 지연 비율도 각각 96%, 94%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교육계에서는 서울 내에서 학폭 심의 지연 비율이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으로 고질적인 '담당 인력 부족'을 꼽는다. 학생 수가 많을 수록 사건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담당하는 인력은 한정돼 있어서다.


서울 기준 11개 교육지원청에는 각 7명씩이 학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큰 지원청의 경우 인력이 많이 모자란 상황"이라며 "진술권 보장을 위해 최대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등) 진행 시간을 가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강남서초, 강동송파의 경우 학구열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특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학폭이 생활기록부 기재를 통해 대입에 영향 미치게 되면서 학부모들이 심의위원회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들어온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심의 회의가 끝나자마자 정보공개 청구로 회의록을 받아보려고 하거나 '내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고 하면서 민원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강남은 (학폭 심의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결국 피청구인은 교육청이 되기 때문에 부족한 인력으로 학폭 심의 업무와 각종 소송 건을 같이 처리해야 되는 것이다. 예민한 지역일수록 일이 더 추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 결과가 수시는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 위주인 정시모집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된다. 중대한 학폭을 저지른 가해 학생에게 내려지는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조치의 학생부 보존 기간은 졸업 후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된다.

정을호 의원은 "학폭 심의가 늦어져 학폭 피해자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4월 교육부가 '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나와서 브리핑했는데도 불구하고, 학폭 신고 건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증가했다. 학폭을 근절하겠다는 약속이 말뿐이 아니라면 교육 당국이 제도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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