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두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가(家) 오너들은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법원에 납부담보로 주식을 공탁하고 있다. 주식담보 대출시 통상 대출금의 140%를 담보유지비율로 정해 그 아래로 담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의 일부라도 갚아야 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는 삼성전자 주가 급락으로 이 회장 등 삼성가 오너들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평가액이 연초대비 6조원 이상, 연중 고점 대비 9조원 가까이 빠졌다.
연초(1월2일 종가 기준) 총 23조 1571억원(우선주 포함, 비교기간 중 매도주식은 제외)이던 이들의 삼성전자 평가액은 이날까지 6조 3688억원 가량(27.5%) 줄어든 16조 788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7월 9일(보통주 8만7800원) 연중 고점과 비교해서는 이날까지 34.3% 떨어져 고점 대비 평가손은 8조 7546억원에 달한다.
홍 전 관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총 6546만 6530주를 담보로 현재 금융권에서 총 2조 6188억원을 대출받았다. 홍 전 관장이 2조 12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이부진 사장(2500억원), 이서현 사장(2448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지난 9월4일 이후 담보계약을 맺은 대출의 경우 담보유지비율 140%를 맞추기 위해서는 주가가 5만원대 후반에서 6만원선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금의 1.4배 금액을 담보주식수로 나눈 주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주가 하한선을 이탈하는 규모는 전체 대출의 36% 가량인 9500억원으로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이 신한투자증권, BNK투자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대출받은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홍 전 관장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지난 7월 22일에 받은 2건의 대출(총 3250억원)은 만기일이 10월 22일이어서 대출을 추가 연장하거나 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출은 지난 2022년 4월 29일 대출을 받아 지난 7월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올 7월 22일 대출 계약연장일 삼성전자 주가가 8만3000원이었던 것이 3개월만에 30.5% 하락해 이달 22일 주당 5만 7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규모의 대출을 연장할 경우 30% 이상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잡혀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847만5000주를 담보로 3250억원을 빌렸던 홍 전 관장이 이제 30% 더 많은 1112만 7675주를 맡겨야 같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금융비용부담도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21년 9월 20일(종가 7만 4100원), 두 여동생은 올해 5월 20일(종가 7만8900원)에 공탁 계약을 체결하거나 연장했다.
22일 삼성전자 주가는 그 당시보다 22~26% 가량 하락했다. 담보 능력이 20% 이상 떨어진만큼 주가가 추가하락시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한 납세담보를 추가로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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