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이 무색할 만큼 미국 국채금리가 높아지면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약화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5만8000원선이 붕괴되는 등 대형주들이 줄타격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정지출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다만 미국 대선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걷힐 것을 대비해 국내 증시의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4.22포인트(1.31%) 내린 2570.70에 마감했다. 개인이 5815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948억원, 3075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가2% 떨어진 5만77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52주 신저가다. SK하이닉스도 1.62% 빠진 18만78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 기아 등 시총 상위권 대부분이 내렸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4.1936%까지 상승한 것이 지수에 부담을 안겼다. 지난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빅컷을 결정한 이후 저점(3.6176%) 대비 약 0.58%포인트 급등했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선 빅컷 효과가 사실상 소멸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앞질렀다는 선거 예측기관의 전망이 속속 나온 것이 미국 국채 금리를 높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론조사 혹은 베팅사이트에 이어 디시저네스크 등 선거 전문 사이트의 예측결과에서도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트럼프 당선 시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국채금리 상승 가능성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간밤 연준 이사들이 완만한 금리 인하 속도를 지지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국채 금리를 높였다. 로리 로건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가 예상대로 진전된다면 금리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향후 몇분기에 중립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더 완만한 인하를 예상하지만 이는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가치도 트럼프발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380원대까지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질 땐 환차손 위험으로 인해 국내 보유 주식에 대한 매도 욕구가 커진다.
다만 역대 사례에 견줘 국내 증시에 주목할 업종이 없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미국 금리인하와 대선이 함께 이뤄진 해에 긍정적 주가 반응이 관찰됐던 업종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하와 미국 대선 사례의 경우 변동성 국면 통과 이후 대선일로 갈수록 안정화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대선 이후 긍정적인 주가반응이 관찰된 업종은 IT(정보기술), 금융, 경기소비재, 산업재 순이었다"고 했다. 리딩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 현대로템, 한글과컴퓨터, 대한항공 등이 미국 대선 이후 기대업종이면서 이익전망이 상향된 업종이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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