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앞서 공표했던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요구를 거듭 요청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가까운 인사들을 쇄신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답했다. 대외활동과 관련해서는 "꼭 필요한 공식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더 자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의혹 규명 협조 건에 대해서는 "이미 일부 의혹의 경우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장모가 2021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정구속된 일을 거론하며 "나와 내 가족이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 한 적이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이런 요구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며 "대통령의 설명에 한 대표도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응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면담 결과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각종 현안을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과 관련해 한 대표 요청과 별개로 "이미 자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 이 같은 배경에서 도출됐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김 여사 관련 특별검사법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 의원들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 여사 특검법 찬성을 무기로 대통령실을 흔들려는 시도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한 대표 요청이 있기 전부터 대통령실 내부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공세를 타개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은 외부 요인, 요청에 휘둘리는 모습보다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면담의 결과가 당정 갈등 해소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국정 동력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당정 간 긴장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상황이 당정 동반 지지율 하락을 가속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당 일각에서는 더 이상 '김건희 특검법'을 방어할 명분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정 관계가 현 상태로 계속 유지되면 지지율 하락 등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김건희 특검법 등도 막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이 다음 달쯤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해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대국민 회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국정 운영 방향과 현안에 대해 분기별로 소상히 설명해 드릴 기회를 자주 갖겠다고 하신 바 있다"며 "시기나 형식을 정해 소상히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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