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에게 잔챙이 취급" 독자행보 나선 의학회·KAMC는 어디?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10.22 16:12
이진우 대한의학회 제25대 회장이 지난달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개선 방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해온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사단체 중 처음으로 '대한의학회'와 'KAMC'(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와의 테이블에 앉을 새로운 주체자가 등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등장한 이들 단체는 어떤 단체이며, 과연 의사집단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 의협과 별개노선을 택한 배경은 뭘까.

이를 쉽게 이해하려면 우리나라의 의사 양성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양성 과정은 △기본의학교육 △졸업 후 교육(GME·Graduate Medical Education) △평생교육(CME·Continuing Medical Education) 등 크게 3단계로 나뉜다. KAMC는 기본의학교육을, 대한의학회는 졸업 후 교육, 의협은 평생교육을 담당한다.

그중 가장 큰 의사단체인 의협은 국내 의사면허 소지자라면 누구나 자동 가입된다. 전문의·전공의·일반의 모두 다 의협 회원이며, 전국에 14만명가량이 가입돼 있다. 누구나 가입돼 있기에, 그간 의협은 의사들의 대표성을 띤 단체로 스스로를 지목해왔다. 하지만 의정갈등이 8개월 넘게 이어지는 동안 의정 간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점, 의협과 전공의 단체 간 갈등이 불거진 점, 의협 임현택 회장이 잇따른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내린 점 등으로 의사집단 내부의 균열만 초래했다는 지적에서 피할 수 없게 됐다.

의협이 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라면 대한의학회는 의사들의 이익보다는 학술·교육을 담당하는 대표 단체로 꼽힌다. 의학회는 각 전문학회가 가입된 단체로, '우리나라 의학 학술단체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대한의학회는 각 진료과별 교수 등 전문의가 모여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 과정 전반을 개발·개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에서 배우는 프로그램을 대한의학회가 개발한다. 의학 통계 조사사업, 의학용어 제정사업, 의사국가시험 과목 출제기준 작성 사업 등도 맡고 있다. 의학회 산하에 193개 전문학회가 회원학회로 속해있다.

이처럼 의협과 성격이 다른데도 대한의학회는 의협의 산하단체로 묶여 있다. 의협과 '한 지붕' 밑에 있다. 의학회 운영 예산을 의협의 재정에서 편성해, 대한의학회 내부에선 의협에서 독립해 별도 단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돼왔다. 대한의학회 핵심 관계자 A씨는 기자에게 "의학회가 의협 아래 속해있다. 우리나라 의사단체 중 법정단체가 의협과 병협(대한병원협회) 등 2개뿐"이라며 "대한의학회가 의협으로부터 분리돼 법정단체로 인정받으면 좋겠다. 지금은 대한의학회가 마치 의협에서 잔챙이처럼 취급받는다"고 토로했다.

이와 달리 KAMC는 의협과 별개의 사단법인이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향상과 의과대학 간의 유대강화를 위해 1984년에 창립됐는데, 2008년 8월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이 KAMC의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의대증원 이후의 의학교육의 질 저하 우려,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한 의대증원 백지화 등 관련한 의대 교수와 의대생의 메시지를 정부에 전달하는 데 주력해왔다. 의협에 의대증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원의가 포함돼 있다면, KAMC는 의대증원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당사자(의대)의 단체라는 게 특징이다.


대한의학회와 KAMC는 지난 2일 의협,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과 함께 연석회의를 열고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의대 증원을 논의하지 않으면 의사 인력 추계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공동 입장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연석회의에 참여한 5개 단체 중 2개 단체가 이번 여야의정 협의체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의협을 향한 불만이 의사집단의 균열로 이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2개 단체의 독자행보가 의정갈등 해결에 도움 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 B씨는 "이런 시기에 의사들의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엉뚱한 일을 벌인 것 같다"며 "대한의학회와 KAMC 수장 둘이서 후폭풍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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