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던 옷, 장인의 손길로 '한정판'…"힙한 슬로패션에 빠졌어요"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 2024.10.24 15:00

[MT리포트]2030의 새로운 추구미, 슬로패션② - 업사이클링 패션

편집자주 |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패션산업은 매년 1000억 벌에 달하는 의류를 생산한다. 이중 73%는 재고로 남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패션산업이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 유행을 따르는 대신 친환경적으로 옷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향인 슬로패션이 점차 주목받는다. 중고 구제 의류들은 값싼 프리미엄이 붙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으로 재탄생 중이다. MZ세대가 슬로패션을 소비하는 법, 친환경적 의류 소비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짚어본다.

서울디자인2024에 전시중인 래코드의 제품들/사진=조한송 기자

지난 21일 오후 방문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디자인 축제인 '서울디자인2024'이 진행중이었다. 다양한 브랜드가 각자의 디자인을 뽐낸 가운데 한켠에는 생산된 후 팔리지 않아 재고로 남은 원단 등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가방, 파우치 등이 놓였다.

얼핏보면 기존 의류 소품들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각 제품들은 소재나 원단 등에서 차이가 있다. 가령 쇼퍼백의 제작에는 재활용 나일론에 티타늄 코팅을 더한 은색 원단이 쓰였다. 푹신한 캔디모양의 토트백의 모양을 잡아줄 내장제로는 패트병을 사용한 원사로 만들어진 친환경솜이 활용됐다. 모두 국내 의류 회사인 코오롱FnC에서 전개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에서 내놓은 제품들이다.

해당 브랜드는 팔리지 못하고 새 옷 상태로 버려지는 재고를 분해 또는 해체해 새로운 상품으로 선보인다. 오랜 기술을 가진 전문 봉제 장인의 손길을 통해 소량으로 제작되는만큼 각각의 제품에는 몇번째 상품인지 순번이 매겨진다. 재고 의류가 단 하나 뿐인 고유한 상품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행사장 한켠에는 참여자들이 직접 재고 원단을 활용해 팔찌를 만드는 공간도 마련됐다. 재고 의류의 원단을 잘라서 만든 끈과 단추 등을 활용하니 20여분 만에 나만의 팔찌가 완성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재고를 되살리는 의미로 행사를 진행중"이라며 "참여자들이 업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재밌고 쉬운 활동이라는 점을 전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판매되지 않은 의류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의무를 법으로 도입한 프랑스 등에선 국내보다 업사이클링 문화가 친숙한 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내용이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국내 패션·의류 기업들은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그린슈머를 겨냥해 업사이클링 브랜드나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LF가 전개하는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도 우수한 원단의 재고에 독창적인 디자인을 더해 새옷으로 재탄생 시키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꾸준히 전개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인 '올리언스스토어'와의 협업을 통해 소각 직전의 재고를 빈티지 원단, 부품들과 조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퀄팅 스웨터' '밀리터리 점퍼' 등을 선보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판매 시작 일주일도 안돼 준비한 상품의 40%가 팔려나갔다. 지난 5월에는 패션 브랜드인 '티비오에스(T.B.O.S)'와 협업해 두번째 업사이클링 컬렉션 20점을 선보였다. 티비오에스의 윤경덕 작가는 헤지스의 재고 뿐만 아니라 빈티지 마켓에서 오래된 헤지스 제품을 직접 공수해 작업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낮은 품질의 패스트 패션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슬로패션'에 주목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과 브랜드 철학이 공존하는 업사이클링 컬렉션으로 소비자들의 수요에 응답하는 브랜드가 앞으로의 패션 업계를 이끌어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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