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마주앉은 한동훈 "개혁 돕겠다...특별감찰관 임명하시라"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민동훈 기자, 박상곤 기자 | 2024.10.21 20:26

[the300](종합2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마주 앉아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 대표는 정부의 개혁 정책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김 여사에 대해선 대외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을 거듭 요구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정 실장이 배석하는 자리에서 현안에 대해 대화한 것은 지난 7월말 비공개 회동 이후 80여일 만이다.

2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오후 4시54분부터 6시15분까지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1시간20여분간 면담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4시10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외교장관 접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통화 등의 일정으로 당초 예정된 4시30분보다 20여분 늦게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한 대표와 악수했다. 이후 한 대표 및 참모들과 함께 10여분간 산책했다. 둘은 산책을 하면서 이날 경찰의 날 행사에서 경찰 영웅으로 현양된 분들에 대한 대화 등을 나눴다. 이후 대통령실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의 실내 식당에서 면담을 시작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면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대표는 제로 콜라를 마셨다. 윤 대통령은 미리 한 대표가 즐겨 마시는 제로 콜라를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두 사람은 의제 제한이 없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김 여사 관련 문제 해법과 의료개혁에 따른 의정갈등 문제 등이 주로 거론됐다고 한다.

한 대표는 "드릴 말씀을 충분히 드리고 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면담 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 대표가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 김 여사 논란 해소와 관련해 앞서 밝힌 3가지 방안 및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의 필요성,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또 정부의 개혁 정책과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당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뜻을 전하면서 "개혁 추진의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고물가 및 고금리 등 민생정책에 있어서 당정의 협력 강화 필요성도 거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대표는 특히 김 여사 관련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현장에서 (유권자들) 말씀은 '지금 이대로 가면 너네 다 망한다, 나라 생각해서 기회 한 번 줄테니 너희 한 번 바꿔봐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하며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를 거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1시간20분간 분위기가 좋았다. 파인그라스에 들어가기 전 잔디 마당에서 산책도 하고 격의없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두 분이 파인그라스에 들어가고, 나갈 때 표정도 밝았다"고 말했다. 특히 파인그라스에 들어갈 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등을 안는 모습도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말을 경청하면서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를 겨냥한 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야권 일각에선 탄핵 소추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번 면담을 '빈손'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여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한 대표가 요청한 면담인 만큼 일단 경청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인사든 사과든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들어주느냐가 향후 당정 관계와 임기 후반기 국정 동력 확보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한 대표는 앞서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을 두고 대통령실 일각에서 불쾌한 기류가 읽혔다. 실제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의심이 있었다. 이후 당정 동반 지지율 하락 등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일부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 대표와의 만남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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