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은 용산으로 넘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드릴 말씀을 충분히 드리고 왔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한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청 등 각종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0여분간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대체로 듣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주로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논란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야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한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들어 윤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 대표는 이른바 3대 요구를 제시했다. 김 여사와 관련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이다. 한 대표는 주변에 이 같은 요구가 '최소한의 국민 요구치'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면담이 끝나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 대표가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 김 여사 논란 해소와 관련해 앞서 밝힌 3가지 방안 및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의 필요성,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정부의 개혁 정책과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당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뜻을 전하면서 "개혁 추진의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고물가 및 고금리 등 민생정책에 있어서 당정의 협력 강화 필요성도 거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면담 이후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1시간20분간 분위기가 좋았다. 파인그라스에 들어가기 전 잔디 마당에서 산책도 하고 격의없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두 분이 파인그라스에 들어가고, 나갈 때 표정도 밝았다"고 말했다. 또 면담을 위해 파인그라스에 들어갈 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등을 토닥이는 모습도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해 단계적인 후속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실제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한 대표의 요구를 한꺼번에 모두 받아들이기 보다는 여론의 동향 등을 고려해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먼저 김 여사 일정 등을 담당할 제2부속실 설치에 더 속도를 내 마무리하고 참모진 개편 등 인적 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밖에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한 김 여사의 직접 사과나 도의적 차원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 등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과 야권의 김 여사 관련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 등을 대통령실에서 모르고 있을리 없다"며 "내부에서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한 문제의식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다양한 대응책들이 검토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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