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바이오인프라 확대

머니투데이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2024.10.23 02:03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10년 전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이 시작되고 당시 사업단장을 맡게 된 서울대 성제경 교수와 축하자리를 한 적이 있다. 연구자로서 영광스러운 사업단을 이끌게 된 성 교수에게 나는 이 사업이 종료되는 10년 후에는 유전자변형 마우스와 관련된 연구의 큰 발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축하받은 성 교수는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 여러 가지 변화와 발전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동분야의 우수한 연구인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사업단장의 포부가 좀 소박하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성 교수의 목표달성에 대한 인식의 식견을 다시 한번 칭찬하고 싶다. 사실 많은 연구자가 본인이 받은 연구비로 연구가 종료되면 블록버스터급의 글로벌 혁신신약이 개발되거나 인류는 암이나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 병을 극복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거나 산업적으로 크게 성공해 엄청난 수익이 발생하는 등등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연구가 종료된 시점에 평가해보면 그런 장밋빛 성공을 이룬 연구자는 거의 없다.

처음 계획한 국책과제의 연구목표를 100% 완성하지 못한 연구자의 연구과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연구는 의미가 없거나 애당초 불필요한 연구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유로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1차로 연구를 계획하고 지원해 국책연구비를 수혜하고 연구를 수행하기까지 과정은 최소한 몇 년은 소요되기 때문에 당시엔 필요하던 연구가 종료되는 시점엔 필요성이 감소하는 경우다. 현실적으로 개별 연구자의 주제들도 국가가 어떤 분야에 연구비를 배정하는가에 따라 트렌드가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런 연구방향의 결정 역시 연구자와 공무원이 정하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연구비를 받기 위한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본인 연구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달성하기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셋째, 연구자 본인도 연구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연구주제에 이어서 시도해보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도전정신을 높이 사야 할 것 같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사정이나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 등등 해서 연구가 성공하지 못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연구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연구에 국민의 혈세를 써야 했나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책연구비 집행은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위해 쓰는 개발비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면이 있다. 국책연구비가 연구자들에게 배정되면서 얻는 효과 중 하나는 연구인력 양성과 연구인프라 확대로 볼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국가 연구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비록 연구성과가 불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연구비 집행에 불합리한 점이나 부조리한 점이 없다면 연구성과에 상관없이 국내 연구인프라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연구의 문제점은 그 성과가 경제적 효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패율도 매우 높다는 것이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미래를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바이오산업은 집중해서 육성할 분야다. 따라서 바이오산업의 인프라 확대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자할 필요가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이 충분한 전문인력 확보다. 교육부를 포함해 각 부처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바이오 연구인력의 지속적 배출과 확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다음으로는 행정적, 법률적 규제를 풀어 바이오산업의 발전이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설과 인력의 집중으로 효율성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실리콘밸리 같은 장소적 인프라를 만들어 창업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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