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대상이 아닌 한국거래소도 의원들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의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밸류업 역행 논란에 휩싸인 두산밥캣이 포함되고, 오히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KB금융이 빠진 점이 가장 의아스러운 사례로 꼽혔다. 증권가에서도 논란이 커지자 거래소는 지수 발표 이틀 후 선정기준을 해명하는 입장을 냈으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지수 발표 후 두산밥캣은 2% 오르는 데 그쳤지만, KB금융은 15% 상승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으로 넘어간 금융투자소득세 존폐 논란도 국감장에서 다뤄졌다. 김병환 위원장은 금투세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국회의 조속한 결단을 요청했다. 정부여당은 올해 초 금투세 폐지를 공약했는데 아직까지도 법적으론 유효하다. 증시에서 투자자 이탈을 막으려는 취지의 금투세 폐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으로 인식된다. 거대 야당 동의 없이 금투세 폐지를 공언한 당정의 섣부름과 민주당의 갈팡질팡이 투자자들의 분통만 키웠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둘러싼 불안감의 가장 큰 요인은 정책 불확실성이다. 장기적인 로드맵 제시와 세밀한 정책 설계 없이 여러 개선안을 추진하니 개별 현안의 논쟁만 부각되고 있다. 이런 문제가 국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구상을 밝힌 지 9개월이 지났는데 정책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라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당위성과 실행 방안을 설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방식으론 증시 부양 효과조차 없다는 점은 이미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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