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은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시험법의 개발·보급을 촉진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정부가 관련 연구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임이자 의원이 발의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첨단 생체 모사 기술을 동물 대신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 및 독성 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남인순 의원의 경우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 동물실험의 윤리적 문제에 초점을 두고, 대체 시험 법의 적용으로 생명과학의 발전과 인간 건강을 보호하는 법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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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대체시험으로 부상한 '생체모사칩'..생명윤리·경제성 모두 충족━
실제 유럽연합(EU)은 REACH(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 및 제한) 규정을 선제 도입하고, 2013년부터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금지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23년 1월부터 신약 승인 시 동물실험의무조항을 삭제하고 '생체모사칩'(Organ-on-a-Chip)을 대체 기술로 채택했다. '생체모사칩'은 실제 인체 장기의 미세구조와 생리적 환경을 인공적으로 재현한 시스템이다. △약물 개발 △독성 평가 △질병 모델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체 환경 모사로 동물실험에 따르는 비용 및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1억1170만달러(약1485억원)로 2024년까지 매년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찌감치 동물대체시험에 관심을 둔 북미 및 유럽 지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미국의 'Tox21' 프로그램이 그 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국립보건원(NIH) △국립과학재단(NSF)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로, 전통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도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생체모사칩'을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장기 모델링 기업 에뮬레이트(Emulate)의 경우 신약 개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간독성 반응'을 생체모사칩으로 예측하며 여러 제약사와 협력 중이다. 독일 티스유즈(TissUse)는 생체모사칩을 활용, 신약 후보 물질 초기 평가를 진행했는데 실제 임상 시험 단계로 넘어간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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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체모사칩 상용화 촉진 기대.. 휴먼에이스, "━
고성호 휴먼에이스 대표는 동물대체시험의 중요성과 생체모사칩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강조했다. 고 대표는 "미국 FDA 보고에 따르면 동물실험과 임상실험 결과의 불일치율이 92%"라며 "혁신적 생체모사칩 플랫폼으로 건강하게 장수하고자 하는 인류의 꿈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관련 제도 마련 및 연구비 지원 증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12월부터 의약품 품목허가나 임상시험 계획승인을 위해 제출하는 독성 자료를 '미세 생리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고시를 개정한 바 있다. 지난 4월 동물실험 최소화를 위한 비임상시험 자료의 제출을 허용하고, 판매증명서의 제출 면제 기준 등에 대한 개정안을 상정했다. 과거 법적 근거가 미비해 해당 산업 지원에 한계가 있었지만, 생체모사칩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속속 마련되면서 관련 업계 또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고 대표는 "2023년 FDA가 신약 승인 과정에서 동물실험 의무조항을 삭제한 것을 필두로 식약처에서도 발 빠르게 고시를 개정하며 제도적 뒷밤침을 시작했다"면서 "이 같이 제도적 미비점이 보완된다면 생체모사칩과 같은 대체시험 기술이 보편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동물대체시험법 관련 법안들의 제정은 바이오 및 제약 산업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생체모사칩 도입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비 절감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 성장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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