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질주 막아선 EU '관세 장벽'…한국 가속력 낼까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 2024.10.22 06:06
[베이징=AP/뉴시스]지난 4월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오토쇼에서 관람객들이 비야디(BYD) 부스에서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반보조금 조사에 이어 7월4일부터 중국산 전기자동차 수입에 최대 38%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2일 위협, 무역전쟁이 촉발될 위험이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2024.06.12. /사진=유세진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가격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던 중국 업체들의 발걸음이 느려지는 만큼 전통의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 업체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에 달하는 상계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방침이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에서 장려금, 보조금을 지급받아 생산된 물품이 수입국 산업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될 때 수입 억제를 위해 매겨지는 관세다. EU는 지난해 조사 결과 중국 전기차 업체를 대상으로 중국 정부가 대출, 세금 감면, 직접 보조금, 저렴한 토지, 리튬 및 배터리 할인 등 혜택을 제공했다고 했다.

유럽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이다. 미중갈등으로 인해 북미 지역 수출이 어려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유럽 역시 그동안 중국산 전기차에 장벽을 두지 않았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EU의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지난해 21.7%로 급등했다. BYD 등 중국의 전기차가 유럽 전기차에 비해 성능과 사양이 뛰어나고 가격도 20% 이상 저렴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에 대규모 관세가 부과될 경우 판매량 둔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가장 큰 무기가 가격이었던 만큼 이 메리트가 사라지면 굳이 중국 전기차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도 중국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 저렴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자동차기업 르노는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 2000만원대 가격에 책정될 전기차 '트윙고'의 시제품을 내놨다. 르노는 2026년 시장에 출시될 때 순수 전기차인 트윙고 E-테크의 가격이 2만유로(약 2977만원) 미만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파리 모터쇼에서 유럽 자동차 브랜드가 저가 전기차를 통해 침체한 판매를 반전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한국 기업에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전기차 수출은 올해 들어 성장세가 꺾인 상황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의 전기차 수출은 17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했다. 유럽 등 한국의 주요 시장을 중국 자동차 업체가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해서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8.2%로 지난해보다 0.5%p 하락했다.

기아는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3를 선보였다. 기아가 파리모터쇼에 부스를 차린 것은 6년 만이다. 유럽 시장 점유율을 다시 늘리는데 그만큼 절박하고, 보급형 전기차 EV3가 유럽에서 중요한 모델이라는 뜻이다. 현대모비스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처음으로 파리모터쇼에 참가해 전략제품 10종을 공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현지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수년간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며 "이 기간동안 중국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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