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속터지는 한국 경제

머니투데이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 2024.10.23 05:50
대한민국은 전세계 10위권이라는 큰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지닌다. 인구가 5000만명 정도에 불과해 내수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부족한 내수를 대신해 수출 산업 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 해외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해 대외 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게 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하게 올 경우 그 어떤나라보다 심한 몸살을 앓게 된다.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슬러 올라가 오일 쇼크 때에도 우리 경제는 파도 위에 올라탄 배처럼 풍파를 겪었다.

최근엔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의 수출 대상국 1,2위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극한의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용인하면서 사이 좋게 지낼때 한국 경제는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자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미국은 아니나 다를까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냈다. 과거 일본이 1980년대 미국 패권에 도전할 정도로 급성장하자 엔화 가치를 가차없이 절상시켜 경쟁자의 싹을 잘라버린 그 역사의 데자뷰이기도 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일본과 유사한 경제구조를 갖춘 한국에 있어 오히려 성장의 기회였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중국 경제의 침체는 한국엔 재앙에 가깝다. 중국은 한국 경제 수출과 성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2차전지, 우주항공기술, AI(인공지능) 등 하이테크 전 분야에 대해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수입 관세도 높였다. 잘나가던 중국 경제는 미국의 강력한 규제가 본격화하자 침체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성장에 취해 독자적으로도 잘 해쳐나갈 수 있다며 미국의 견제를 우습게 알아버린 오판을 범했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중국 공산당 1당 체재를 강화하면서 개혁·개방의 물결을 거꾸로 돌리며 외톨이를 자초한 것이다.

내수도 활성화하지 못했다. 14억명이란 거대한 인구를 가졌음에도 중국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불과한 상황이다. 수출 주도로 성장해온 중국은 가처분소득을 높이지 않는 이상 경제 성장이 불가능한 구조를 갖게 됐다.


반면 미국은 세계 최강 기술력에 더해 민간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탄탄한 내수 기반을 갖추고 있다. 결국 중국은 장기 침체에 빠질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한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그동안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 시장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중국 기업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즐비한 한국으로서는 산업재 수출길이 점점 막혀 수출이 급감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셈이다.

최근 부진한 경제 성적표는 이러한 위기를 반영한다. 한국도 일본에 이어 중국과 함께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규제는 해리스 후보나 트럼프 후보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민국은 1인당 GDP를 3만달러 중반까지 끌어올리며 가까스로 선진국 대열 문턱에 합류하는데까진 성공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

모든 국가가 원하는 독보적 기술력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특정국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고수한다면 한국 경제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는 한단계 도약해야 한다. 과감한 투자와 투자를 통해 파생되는 혁신만이 살길이다. 정부도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을 아껴서는 안된다.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 잠시라도 삐끗한다면 돌이킬수 없는 장기 침체에 직면하게 된다. 미중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게 아니라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대왕 고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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