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1일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새롭게 지정받은 김포아이제일병원(경기 김포시)의 이홍준 대표원장은 2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반납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달 뜨는 밤이 이제는 두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운영한 지 10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선택의 기로에 놓인 건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점 △진료할수록 적자만 심해진다는 점 △추가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 등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경련을 일으키는 소아응급환자가 이곳을 찾아오는 건 다반사라고. 낮에 이 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던 중증환자가 그날 밤 이곳 달빛어린이병원으로 되돌아온 사례도 있었다. 상급종합병원의 야간 진료 인력이 없어서다. 이홍준 대표원장은 "그나마 우리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중증·응급환자 재이송 건수가 지방보다는 적은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지방의 한 달빛어린이병원에선 백일해로 숨을 쉬지 못해 청색증까지 나타난 생후 2개월 환아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가지 못해 실려 왔고, 응급 처치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 대표원장은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도 올까 두렵다"며 "모든 병원의 진료 업무가 그 아이에게 집중돼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다른 아이까지 진료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이 소아응급실 역할까지 감당해야 할 경우 의사·간호사·원무·의료기사 등 근무 인력, 응급환아에 대한 치료재, 검사·처치 장비·시설을 추가로 갖춰야 해 병원으로서는 '나갈 돈'이 많아진다. 하지만 정작 정부에선 지급해주기로 약속한 국고보조금을 줄였거나 아예 주지 않고 있다는 게 달빛어린이병원장들의 하소연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국 달빛어린이병원 상당수가 국고보조금을 약속분보다 적게 받았거나 아예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임의로 8곳을 조사했더니 3곳은 국고보조금을 올해 한 푼도 받지 못했고, 2곳은 보건소로부터 '국고지원금이 아예 없다'고 확인받은 상태로 나타났다. 소변패치·수액세트 등 치료재는 쓰면 쓸수록 손해다. 소변패치는 모든 환아에게, 수액세트는 8세 이상 환아에게 사용하면 수가가 아예 산정되지 않는 '산정불가품목'으로 지정돼 있어 달빛어린이병원이 오롯이 부담해야 해서다.
이 대표원장은 "우리 병원은 국고보조금의 4분의 1만 받은 상황"이라며 "직원의 근무환경, 병원의 지속경영을 위해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그만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이 본래 기능을 발휘하려면 검사실과 처치실을 가동하는 소아청소년병원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과 똑같은 수가를 적용하거나, 지원금을 확대해 준중증 환아에게 필요한 의료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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