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명 바꿔 유죄 선고, 알고보니 공소시효 지나…대법 "판결 잘못"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24.10.21 08:41

재판 도중 범죄 혐의를 추가해 유죄가 선고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였다면 유죄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7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약국 직원 출신인 A씨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알게된 약사 B씨와 C씨에게 자신도 약사라고 속여서 약사 면허를 대여받은 뒤 2016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경남 의령과 충남 청양 등지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검찰은 A씨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약사 면허증 등 공문서를 위조해 약국에 게시하고 자격 없이 의약품을 조제한 혐의 등 7가지 죄목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7가지 혐의 중 A씨가 2016년 9월 약국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대리인란에 가명을 기재해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사문서 위조·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를 각각 사서명 위조·위조 사서명 행사로 바꿨다. 문서 자체를 위조하는 사문서위조와 달리 사서명위조는 이미 만들어진 문서에 서명만 위조하는 범죄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유죄로 인정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으로 유죄가 인정된 사서명 위조죄와 위조 사서명 행사죄의 공소시효 기간이 5년으로 검찰이 항소심에서 기소한 2023년 6월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검찰이 처음 기소했을 때 적용한 사문서 위조·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라서 2023년 9월까지 공소시효가 살아있었지만 재판 도중 공소시효가 2년 더 짧은 혐의로 변경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이 변경됨에 따라 법정형에 차이가 있는 경우,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이 공소시효 기간의 기준이 된다"며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을 기준으로 공소제기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면소란 형사재판에서 소송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소가 적절하지 않을 때 내리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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