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거나 북핵 문제를 거론하는 국제사회 전열에서 이탈할 공산이 커보인다. 또 북한은 3대째 이루지 못한 숙원 사업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한 기술 뿐 아니라 핵잠수함, 군사정찰위성 등 첨단 군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군 특수부대 소속 1500여명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러시아 해군 함대를 타고 이동했다. 정보 소식통은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인 소위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11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000여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 전쟁에 파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북한의 대규모 특수부대 해외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그동안 러시아에 122㎜, 152㎜ 포탄을 비롯해 불새-4 대전차 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 등을 지원했지만 이번처럼 최정예 특수부대 파견은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군사협력이라는 평가다.
이번 대규모 병력 파병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른 실질적 이행 조치다. 이 조약 제4조에는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모든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사실상의 군사동맹이란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관련 조약 체결 이후 러시아가 가장 아쉬웠던 포탄은 물론 최정예 병력까지 파병하면서 러시아도 그 대가로 다양한 '선물'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남북 간 무력충돌 등과 같은 급변 상황이 발생하면 러시아는 북한을 돕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평시에도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러북 간 거래가 예상되는 분야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한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 기술, 군사정찰위성 사진·영상 촬영 능력과 지상국과 통신하는 기술, 액체 추진제(연료·산화제 통칭) 기반 우주발사체 기술 등이 거론된다. 이 기술은 모두 우리나라에 직접적 안보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북한군이 1953년 7월 한국전쟁(6·25전쟁) 휴전 이후 사실상 첫 실전 경험을 쌓는다는 점도 우리에겐 위협 요소다. 전쟁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높아지면 정세를 오판해 도발에 나설 여지가 커질 수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실전 경험 후 우리나라 후방지역에 침투해 교란 작전을 펼치고 복합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최정예 병력 파병을 통해 전투 현장에서의 실전 경험을 쌓아 향후 북한 내 재래식 전력 제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북한이 우크라 전장에 제공한 무기 이외에도 다양한 재래식 무기들을 전투 현장에서 사용해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한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권한으로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활동을 15년 만에 종료시키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처럼 북한을 두둔하는 러시아의 행보가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우크라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에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러시아와 외교 관계가 사실상 끝난다는 점 등에 따라 정부 내 신중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결정의 '레드라인'은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핵·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이전이라고 밝혔다"며 "북한군의 파병은 관련 기준을 세게 넘었다고 보이는 만큼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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