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시는 매일 22층까지 물통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상하이 북쪽으로 약 560km 떨어진 산둥성 린이시에 위치한 그의 삭막한 아파트에서, 그는 바닥에 놓인 가스레인지로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고 태양광 발전기로 불을 밝힌다. 딸들을 위해 임시 침대로 텐트를 친다.
린은 14세 때부터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해왔다. 두 아이의 싱글맘인 그는 딸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고자 2021년 저축을 털어 아파트 계약금을 치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의 과도한 대출을 단속하자 개발사인 컨트리가든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아파트 공사가 중단됐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최근 전국의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다른 주택 소유자들처럼 그는 전기도 수도도 없는 "썩어가는 집"으로 이사했다.
"길을 잃은 것 같고 희망이 없어요."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줄 방법이 걱정인 린이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린이에서 500km 떨어진 허난성 정저우의 한 농촌 출신 이주 노동자는 그 심정을 안다고 말한다. QQ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눈 황 씨라는 이 남성은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시골에 계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하루 거의 14시간을 승차 공유 서비스 운전기사로 일한다고 말했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그의 수입은 2021년 월 5000위안(70만 원)에서 현재 3000위안(42만 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의 부모님이 받는 연금은 월 120위안(2만 원)으로 일상 경비를 겨우 충당할 정도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은 연간 400위안(6만 원)의 기본 의료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기본적인 사회 보장과 공정한 환경이에요." 그가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싸워볼 기회라도 있는 그런 환경 말이에요."
린과 황 모두 원래 이렇게 되려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2021년, 중국 경제가 4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가의 눈에 띄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부유' 슬로건을 부활시켰다. 그해 초 절대 빈곤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시진핑은 다시 한번 중국 경제를 조정해 국가의 놀라운 부를 더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듯했다. "공동부유의 실현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당의 통치 기반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입니다." 2021년 초 시진핑은 관리들에게 말했다. "메울 수 없는 빈부 격차가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공동부유는 즉시 당의 최상위 의제가 됐다.
"신문을 펴거나 뉴스를 보면 늘 공동부유에 이야기였어요. 미디어, 정치 담론, 시진핑의 연설, 학교 교과과정 모든 곳에요."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의 중국 경제 연구위원 리지 리가 말했다. "부의 격차가 통제를 벗어났다는 게 바로 문제의식이었어요. 이제 이를 되돌리고 부를 더 공평하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거죠."
관리들은 소득 분포가 양 끝은 작고 중간이 큰 올리브 모양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 정책 결정에서 시진핑이 과도한 역할을 행사한다고 지적하는데 그는 중간을 불리기 위해 양 끝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계속)
━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