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스캠 이렇게까지…"영상통화로 음란행위 보여주며 투자 요구"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24.10.20 14:06

[리헐리즘]

일본인 여성이라는 인물이 보이스톡으로 기자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 해당 인물은 창업 준비금을 마련해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라며 사이트 가입을 독려했다.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리딩방 사기범들이 외설적 행위까지 벌이며 투자자들의 돈을 빼앗는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로맨스스캠이란 피해자에 대한 이성적 관심이 있는 것처럼 접근한 뒤 거액을 탈취하는 사기 수법이다. 2억원 넘는 돈을 날렸다는 피해자는 사기에 가담한 여성이 영상통화로 음란 행위까지 하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실태를 고발했다.

피해자인 A씨는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인 사기 혐의 사건과 수원지검이 기소한 280억원 규모의 또 다른 사기 사건에 동시에 당했다. 주식 리딩방 사기 피해를 연달아 입은 것이다. 그는 "리딩방의 여성 매니저와 영상통화로 대화를 나누다가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라며 "매니저가 대화를 하던 중 음란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A씨가 경계심을 풀도록 만들기 위해 로맨스스캠까지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딩방이란 메신저를 통해 주식 등 투자 종목을 추천하는 대화방을 말한다.

로맨스스캠은 최근 들어 중장년층 남성을 대상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코인 거래소, 혹은 주식 리딩방 등을 미끼로 삼아 피해자들에게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신뢰를 쌓은 뒤,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일부 범죄 조직은 인터넷에 떠도는 음란 영상을 짜깁기해 피해자에게 보여주면서 상대도 음란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음란 영상 촬영본을 유포한다고 협박하는 범죄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가상자산 불공정거래·투자 사기 신고센터' 운영 결과에 따라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면서 로맨스스캠과 같은 사기 수법은 나날이 진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삽화_사이버사기1 /사진=임종철
로맨스스캠은 주식, 코인 투자 사기 뿐 아니라 가짜 쇼핑몰 사이트에도 활용되고 있다. A씨는 한국인 여성에게 로맨스스캠을 당했지만, 해외 국적자로 추정되는 여성들도 로맨스스캠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을 일본인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SNS(사회관계망서미스) 상에서 친분을 쌓은 뒤 가짜 쇼핑몰 사이트에 투자하라고 권유하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런 사기로 인해 주식과 담보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20여억원을 날린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도 최근 SNS상에서 유사 사건으로 추정되는 경험을 했다. 자신을 일본에 거주하는 여성이라고 소개하는 대화 상대로부터 영상 통화를 받은 것이다. 대화 상대방은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등에서 "오빠"라고 부르며 기자에게 접근, 자신이 생활하는 모습이라며 다양한 사진을 공유했다. "지금은 점심 시간, 오빠는 뭐 먹을거야" 등 꾸준히 대화를 유도했다.


아울러 " 이것은 안정적인 창업 모델"이라며 "초기에는 자금이 좀 필요하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고 창업 준비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사이트의 의문스런 점들에 대해 질의하자 대화 상대방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대화를 중단했다. SNS상의 프로필 사진도 내렸다.

한 투자 전문가는 "로맨스스캠은 피해자들의 심리적 벽을 허물어 투자에 관련된 판단 능력을 흐릿하게 만든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일각에서 수사 당국의 사건 처리가 더뎌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리딩방 등 사기 조직은 해외에 체류하거나 대포 통장 등을 활용해 신분을 교묘히 위장하는 실정이다.

리헐리즘_컬러컷/그래픽=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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