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말은 1~2년 전부터 대한민국과 한국 여성을 동시에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디씨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 시초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눈부신 경제 성장을 거둔 한국이, 자체적인 힘으로 이를 이뤘다기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의 일방적인 지원을 요구해서 성과를 냈다는 게 글의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의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한국인들의 노력과 재능을 폄하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글의 전제로 쓰인 "한국 여자는 스스로 성취할 생각은 안하고, 남성들에게 뭔가 요구하기만 한다"는 식의 마인드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최근에 쓰이는 '나거한'은 최초의 의미와 좀 달라졌습니다. 남녀 갈등을 소재로 한 이혼이나 차별적 복지 등을 다룬 기사에서는 "여자만 우대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식으로 쓰입니다. '나거한'을 외치는 이들은 나라 전체가 여성을 우대하고, 남성을 끊임 없이 착취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발표되거나, 남녀가 맞붙은 소송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어김 없이 '나거한'이 등장합니다. 2030 남성들이 '나거한'의 주 사용자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거 세대와 달리 여성과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법과 제도는 여성을 약자로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남성에게 역차별을 가한다는 논리를 내놓습니다.
일종의 '이대남(20대 남성)' 현상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공정과 남녀평등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대남들이 여성들과의 역차별에 주목하며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를 용인하고 정책에 녹여내는 사회와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나거한'이 나왔다는 설명입니다.
'나거한'을 유행어로 만든 젊은 남성들의 보수화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올해 EU의회 선거에서도 젊은 남성들은 강경한 극우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모습이 감지됐습니다. 젊은 남녀가 공정과 평등 이슈를 중심으로 끊임 없이 갈등하고, 신조어를 만들고, 오프라인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전 세계 공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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