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때마다 제네시스 한 대 값 날렸죠"…수소 핵심 기술 첫 '국산화'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 2024.10.17 14:32

[그린비즈니스위크 2024]

에너지연 연구팀이 개발한 SOEC 스택 /사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정 개발에 실패할 때마다 제네시스 1대 값이 날아갔죠. 대신 이 기술을 가져간 기업은 그만큼의 실패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이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도록 기술을 준비하고, 기업이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입니다."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GBW2024)'에 참석한 유지행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수소에너지연구소 수소연구단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유 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고체산화물수전해전지(이하 SOEC) 스택 제조 기술을 내놓은 연구자다.

SOEC는 800도 이상의 고온 수증기를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원자력발전소나 제철소, 석유화학 플랜트, 암모니아 공장과 같은 대량의 수소가 필요한 곳에 적용할 때 다른 전기분해 방식에 비해 전력 소모량을 25% 이상 절감할 수 있어 효율이 특히 높다.

연구팀은 SOEC의 핵심 부품인 스택을 국산화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스택(stack)은 셀을 분리판, 밀봉재와 함께 층층이 쌓아둔 부품이다. 스택의 용량을 늘릴수록 수소 생산량도 늘어난다. 이처럼 생산 효율과 직결되는 핵심 장치지만, 이전까지는 국내에 스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연구소가 거의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유 연구원은 "셀을 직렬 연결한 뒤에도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데다, 스택을 늘릴수록 제조 단가도 올라가 개발이 까다롭다"며 "약간의 오차만 있어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기 때문에 공정 개발에 한 번 실패할 때마다 제네시스 한 대 값은 족히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연구팀은 250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하루 수소 5.7킬로그램(kg)을 생산할 수 있는 스택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수소 생산량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분리판 상·하면에서 수소와 산소가 섞이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요철 구조의 돌기를 배열하는 공법을 도입했다. 분리판을 기계적, 화학적으로 깎아내는 기존 방법보다 제조 단가와 제조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분리판 생산량을 기존보다 10배 늘렸다.

이 기술은 최근 SOEC 분야 진출을 노리고 있는 삼성전기와 연료전지 전문 기업 범한퓨얼셀에 이전됐다. 향후 이들 기업과 함께 수소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유 박사는 이날 GWB 2024에 참석해 기술 개발 과정을 소개하며 "새로운 기술을 발굴해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성능을 높인 뒤 기업에 넘겨주는 게 국민의 세금으로 R&D(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출연연이 할 일"이라고 했다.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에서 에너지연이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부스를 열었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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