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시장 잡은 韓 풍력 기업 "소재 기업 경쟁력 저하 지원해야"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오진영 기자 | 2024.10.17 14:03

[GBW 2024]"가격경쟁력 앞선 中…에너지안보 차원서 중소 소재사 지원 필요"

최돈관 신라정밀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그린비즈니스위크 2024' 해상풍력과 상생-공급망과 지역사회 컨퍼런스에서 '풍력산업 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과제-신라정밀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한국 시장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합니다. 세계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절한 품질과 가격을 갖춰야 합니다. 수출을 많이 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국내에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최돈관 신라정밀 대표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4' 2일차 세션 '해상풍력과 상생-공급망과 지역사회'에서 '해상풍력 산업공급망 국산화를 위한과제 - 신라정밀 사례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라정밀은 풍력 터빈의 '날개' 블레이드를 잡아주는 피치 베어링, 풍력 터빈의 '몸통'인 넛셀·넛셀 안의 발전기·타워를 연결하는 요 베어링을 만드는 기업이다. 두 개의 베어링과 메인 베어링을 합친 풍력 베어링 시장은 전세계 기준 약 110억달러(한화 약 15조500억원) 정도다.

풍력발전은 오랜기간의 트랙레코드(과거실적)를 요구해 첫 시장 진입이 어렵다. 한번 고장이 나면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수리비가 들어가는만큼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에서 입증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라정밀은 2006년 경 풍력 시장에 진입해 현재는 스웨덴 SKF, 독일 로떼르데(Rothe Erde) 등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유럽 베어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적을 갖고 있다. '명품' 풍력 터빈으로 불리는 독일 에너콘 육상풍력 터빈 물량의 70% 정도를 담당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 덴마크 베스타스 등 주요 터빈사에도 베어링을 공급하고 있다.

최돈관 대표는 보수적인 유럽 풍력 시장에 진입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풍력 기업들에 적합한 전략과 필요한 정책 지원 방향을 제안했다. 신라정밀은 유럽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설계 기술력 차별화를 꼽았다. 베어링은 고객이 요구하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게를 해야 하는데, 실제 테스트 대신 가상 모델링으로 이 과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 비용이 줄고 정밀도가 높아진다.


최 대표는 "베어링 기업간 생산기술적 측면에선 크게 차이가 없지만 설계 경쟁력이 톱 티어와 세컨드 티어 기업을 나누는 경계"라 했다. 아울러 터빈 크기 증가로 베어링 역시 5미터 이상으로 거대해지며, 베어링을 관리하기 위한 고주파 열처리 기술 등이 중요해지는데, 숙련된 작업자들에게 의존하던 이 기술을 인공지능(AI)으로 디지털화, 시스템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이 도입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언급하며 "유럽 고객사들은 CBAM에 따라 공정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도록 강력히 요구 중"이라며 "신라정밀 내부 공정의 탄소배출량은 많이 않으나 제강 과정과 간접배출(전력원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에서의 탄소배출 등 개별기업이 해결불가능한 배출량이 많아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내 에너지안보 확립 차원에서 풍력 공급망에 속한 중소 제조기업에게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최 대표는 "신라정밀 같은 부품업체는 원가의 절반정도가 소재에서 기인하는데, 수출 시 국내 소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그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중국과의 원가 차이를 짚었다. 한국과 중국의 철강 가격은 약 15~20% 차이가 난다고 한다.

최 대표는 "공급망 국산화를 위해 제강, 단조, 소재 기업의 확보는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요인"이라며 "(단조, 소재를 영위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한국의 대형 제강사와 제휴를 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유연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중국과의 협력도 필요하다"며 신라정밀의 경우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세계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중국 시장 1위 제강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며 "이 제휴를 통해 중국 단조사 중 원하는 가격의 소재,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직접 관리 중"이라 전했다.

최 대표는 "해상풍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데, 중국과 경쟁도 하지만 동북아 제조 생태계라고 보면 협업할 부분도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가져갈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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