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중국의 고속성장으로 2003~2008년 동안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발생했으며 2010년대 중국 성장률이 8%에서 6%대까지 하락하며 중속 성장 단계에 진입한 이후에도 중국발 수요 증가는 원유, 철광석 등 글로벌 원자재 수요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중국의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경기가 급격히 냉각됐으며 지난 3분기 성장률이 4.6%에 그치며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졌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원유시장이다. 중국은 지난해 매일 165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소비하며 글로벌 수요의 약 16%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동화 전환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국 원유 수요가 줄자 글로벌 석유업계는 이제 수요 둔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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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요 둔화 전망에 국제 원유가격 급락━
1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93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달 전망치(203만배럴)에서 10만배럴 낮췄다. OPEC이 중국 수요 증가치를 65만배럴에서 58만배럴로 하향하면서 중국이 수요 전망치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조정 후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1억410만배럴로 전망됐다.
15일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국 소비 둔화 영향으로 3개월 연속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했다. IEA는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86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치(90만배럴)보다 4만배럴 낮춰 잡았다.
지난주엔 "이란의 핵·석유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발언이 국제 원유 가격 하락 배경으로 꼽혔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중장기적인 중국 수요 둔화 우려다.
중국의 원유 수입이 줄어든 건 2020년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는 근 20년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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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휘발유 수요는 올해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 ━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는 곧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경기 둔화 영향뿐 아니라 중국 경제의 성장 전략이 완전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전기차와 대형 트럭의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영향이 크지만 중국이 고속도로·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한 성장이 아니라 첨단기술 위주의 고품질 발전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페트로차이나 산하 연구기관인 CPPEI는 중국의 경유(gas oil) 수요가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 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LNG를 사용하는 대형트럭 판매가 올해 120% 이상 급증하면서 하루 평균 61만2000배럴의 경유 사용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IEA도 중국의 휘발유 수요가 올해 하루 평균 366만배럴로 정점을 찍고 내년 2.3%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등 중국 휘발유 수요는 올해(CPPEI 예측) 적어도 내년(IEA 예측)에는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중국의 휘발유·경유 수요의 정점은 향후 중국 원유 수요를 전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중국 원유 수요는 글로벌 원유 수요의 정점 여부와 시기를 확인하는 데 결정정인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발 원유 수요 감소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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