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벅찬 순간 많았다"... '170억 구로구청장' 자화자찬 퇴임식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24.10.17 11:17
문헌일 구로구청장/사진=뉴시스
17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 백지신탁을 피하려고 임기 중 사퇴한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국민의힘)이 '자화자찬 퇴임식'을 열어 지탄을 받고 있다. 듣다 못한 주민들이 "구로 구민에 안 미안하냐"고 외치자 오히려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막아서며 화를 내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17일 구로구 지역매체인 GDN뉴스 유튜브 계정에는 "문헌일 구로구청장 구로 구민들에게 안 미안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구로구청이 전날 사임하는 문헌일 구로구청장을 위해 열었던 퇴임식 장면이 담겼다. 구로구청 강당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진행한 퇴임식에서 문 구청장은 "백지 신탁이라는, 기업인 출신 구청장에게 불합리한 제재가 예정돼 더 이상 구청장 직무를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자신이 불합리한 제도의 피해자인 마냥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공적을 나열했다. 그는 "안타깝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가슴 벅찬 순간들도 많았다"며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 '구로 지(G)페스티벌'은 매년 관람객 수를 경신해 올해는 15만6000명이 찾는 명실상부한 구로구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자치구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1등급을 기록했다"는 내용의 퇴임사를 읊었다.

백지신탁을 피하려 구청장직을 내려놓은 문헌일 구로구청장의 퇴임식/사진=유튜브 캡처

이에 반발한 주민 중 일부가 문 구청장을 향해 "구로 구민한테 안 미안하십니까"라며 "업무 시간에 이 많은 공무원을 모아놓고 퇴임식을 꼭 해야 하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일부 공무원이 주민들을 에워싸고 "퇴임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며 구청장을 옹호했다. 특히 한 과장급 공무원은 "남의 퇴임식에, 다 슬퍼하고 있는데 이래도 되냐! 자리를 보고 말해라"면서 주민을 타박했다. 주민이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라고 대응하자 "뭘 말할 수 있어요! 뭘 안다고 그러냐!"며 주민에 윽박질렀다.

구청장은 퇴임식 직후 취재진이 "국민들께 입장을 말해달라" "2년 전 취임식 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지금도 같은 입장이냐" "보궐선거로 세금 더 쓰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퇴임 후 구로구 발주 사업에 참여할 거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일절 답변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주민들에게 화를 내는 공무원들./사진=유튜브 캡처
문 구청장이 구청장직을 내려놓은 이유는 자신이 오너인 '문엔지니어링' 주식 백지신탁을 피하기 위해서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지난해 3월 문 구청장이 보유한 문엔지니어링 주식(4만8000주·평가액 170억원대)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한다며 주식을 백지신탁 하라고 결정하자, 문 구청장은 여기에 불응해 행정소송을 냈다. 문 구청장은 1·2심에서 패소한 뒤에도 계속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기각 전망이 나오자 구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회사의 본점 소재지를 금천구로 옮기면서까지 직무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그의 회사는 국내외에서 각종 시공·설계 및 감리 등의 사업을 벌인다. 건물 건축 시 주차장이나 건물 시스템, 통신 감리 등을 맡는다. 구로구 건축사업 허가권은 구청장에게 있어 업무 연관성이 높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취임한 지 2년3개월여 만에 사퇴하면서 구로구는 내년 보궐선거를 치를 때까지 약 6개월 동안 구청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게 됐다. 보궐선거에는 통상 3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보궐선거에 수십억 원 돈이 드는데, 자기 돈 170억원은 귀하고 국민 돈 수십억 원은 흔한 거냐"며 "어떻게 이런 사람을 구청장으로 공천하나, 구청장이 돈 많은 사람이 하는 취미 활동이냐"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사과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에서 한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이런 사람이 공천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며 "공직을 부업으로 여기는 사람이 국민의힘에 없어야 하고 다시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을 피해 서둘러 구청장실로 돌아가는 문헌일 구로구청장(가운데)/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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