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적용할 전문인력은 물론 소재 분야 등에서 공공 데이터도 부족합니다. 자율실험실 구축을 단순 시설과 장비구축이 아닌 연구개발로 볼 필요도 있습니다."(화학 분야 A기업)
"AI 활용 기초단계인 데이터 정제에 전체 개발시간의 70~80% 소요되는 게 현실입니다."(전자부품 분야 B기업)
"협력 기업들로부터 일부 데이터를 제공받아 품질 개선에 활용하려고 했지만 시스템 구축 부담과 영업비밀 유출 우려 등으로 한계가 있습니다."(자동차 분야 C기업)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AI활용 실태다. 각 산업 분야에서 AI를 적극 활용하고 싶어도 기반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AI+R&DI 추진전략'과 '산업데이터 활용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다.
산업부의 이번 정책은 한마디로 AI를 우리나라 모든 산업의 R&D 분야에 적극 적용해 기술 혁신을 일으키겠다는거다. 최근 AI를 활용해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고 이를 신약 개발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CEO 등 두 명이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AI가 R&D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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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혁신 모든 산업에 적용해야━
최근 'AI 신들의 전쟁'이란 책도 펴낸 박 전 장관은 "스마트폰 시대에는 삼성과 애플이 잘나가고 IBM, 인텔은 힘을 못 썼는데 이제 삼성과 애플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졌다"며 "새로운 AI 시대를 맞아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자정부 시대를 넘어 AI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대로 된 국가 AI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위원회를 만들어 국가AI위원회와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을 누빈 박 전 장관의 현실 진단은 우리 정부와 기업의 저조한 AI 활용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산업부가 이번에 발표한 'AI+R&DI 추진전략'은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AI를 적용한 기술개발을 확산하고(AI+기술개발) △전 세계 기술·인재를 AI로 탐색하고 연결하며(AI+개방혁신) △정부 연구개발(R&D) 기획·평가·성과관리 과정에 AI를 전면 적용하는(AI+연구행정)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술혁신 소요기간과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고 사업화 매출을 40%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 R&D에 참여하는 연구자의 행정부담 50% 경감을 목표로 한다.
특히 AI를 적용한 R&D프로젝트 600개는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다수 기업이 활요하는 10개 연구설계 솔루션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자동차와 지능형 로봇 등 개별 기업의 솔루션 개발·적용을 지원하는 90개 프로젝트를 더한다.
아울러 반복·위험 실험을 24시간 자율수행하는 AI 자율실험실 500개를 도입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AI자율실험실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모듈형 연구로봇 △AI적용 분석장비 △연구데이터 보안 △교차오염 방지 등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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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 보완해 나갈 필요 있어"━
현재 많은 기업이 데이터 수집과 가공 과정에서 기술적 한계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이 보유한 원데이터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가공하는 데이터 전처리 작업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많은 기업이 AI 활용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디지털제품여권(DPP) 등 다가오는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해선 공급망 기업간 데이터 협업이 필수적이다. DPP는 해외로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개인의 주요 정보를 여권에 담듯 수출 제품의 데이터를 QR코드나 바코드 등에 담는 디지털 신분증을 말한다. 아울러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 연계를 통한 생산 혁신의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비밀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적극적으로 산업데이터를 연계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공통된 규칙하에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산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이 중요하다. 산업부는 기업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산업데이터 거래 절차나 원칙을 마련하고 데이터 연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반영해 법과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오승철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낮은 R&D 생산성과 연구인력 부족, 성장잠재력 약화 등 우리 산업의 당면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산업의 기술혁신에 AI를 과감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AI가 기술혁신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파괴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해외사례를 통해 입증된 만큼 더 이상 도입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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