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막걸리 청년이 죽었다"…숨진지 2주 만에 발견된 30대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이현수 기자 | 2024.10.17 17:33

"악취가 고약" 신고에 경찰·소방 출동…지병 사망 추정

16일 저녁 7시쯤 서울 서초구 주택가. 홀로 죽은 30대 청년이 오후 4시쯤 이웃 신고로 발견됐다. 현관문 앞 이웃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피운 향과 따라놓은 막걸리 잔. /사진=이현수 기자

"악취가 고약해요."

지난 16일 오후 4시 유동 인구로 붐비는 서울 서초구 논현역. 이곳에서 약 300m 떨어진 주택에서 이같은 신고가 접수됐다. 서초경찰서와 소방당국의 출동 결과 한 빌라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확인 결과 30대 후반 구모씨(남성)로 밝혀졌다. 구씨는 이곳에 홀로 살고 있었다.

경찰관과 소방대원이 방문했을 때 집 안은 오래도록 방치된 모습이었다. 오래된 약봉지와 처방전이 쌓여 있었고 과자나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구급대원에 따르면 구씨는 숨진 지 최소 2주 이상 지난 상태였다. 악취 민원을 처음으로 제기한 한 주민은 이전에도 그 집 냄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사람들이 구씨 집 주변으로 몰렸다. 이들은 "막걸리 청년이 죽었다"고 이야기했다.

옆집 주민 김모씨(68)는 기자에게 "구씨를 본 적이 있다면서도 옆집 이웃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구씨는 긴 머리의 미남형으로, 누구나 처음 봐도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김씨는 "특히 막걸리 병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16일 저녁 7시쯤 서울 서초구 주택가 근린공원. 구씨가 집에서 150m 떨어진 공원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으면 동네 할머니들은 한 마디씩 했다. 구씨는 대꾸 없이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사진=이현수 기자

생전 구씨 집안은 밤낮으로 불이 켜져 있었다. 구씨는 SNS(소셜미디어)에는 5주 전을 마지막으로 게시글이 더이상 없었다. 그는 SNS에 자신을 영상 제작 감독이라고 소개했지만 이웃들은 그의 출퇴근 생활을 본 적이 없다.


이웃들은 구씨의 가족이나 친구를 본 적도 없다고 했다. 한 이웃은 "사람이 안 사나 하다가도 택배가 있어 '사람이 사는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구씨의 사망 소식을 한 노인은 경찰이 다녀간 16일 저녁 7시쯤 생전 구씨가 차고 다니던 막걸리를 사 그의 집 앞을 찾았다. 노인은 현관문 앞에서 종이컵 하나에 흰 쌀알을 채워 넣고 향을 피웠다. 또 다른 종이컵은 막걸리로 채웠다. 그는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 남의 속은 알 수가 없으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1인가구 고독사 관리대상 가운데 2030은 '0명'


구씨는 16일 밤 주거지 인근 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한다"며 "부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아동청소년과는 1인 가구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방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복지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청년층도 신청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 구청을 찾는 젊은이들은 찾기 보기 어렵다. 서초구 복지정책과도 '1인가구 안부살핌 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관리 대상 126명 중 2030세대는 0명이다.

서초 1인가구지원센터는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서리풀 문안인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신청자에 한해서다. 서초1인가구지원센터 관계자는 "민간기관이기 때문에 서초구민에 대한 개인정보 접근 권한이 없다"고 했다.




16일 저녁 7시쯤 서울 서초구 주택가. 홀로 죽은 30대 청년이 오후 4시쯤 이웃 신고로 발견됐다. 이웃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향을 피우고 있다. /사진=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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