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고향인 광주광역시에서 지어주겠다는 기념관, 문학관 등 기념시설을 극구 사양한 이유가 아버지에 있었다.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도 앞서 전남 장흥군에서 지어주겠다고 밝혔던 문학관을 극구 사양했던 바 있다.
16일 유튜브 여수MBC Prime 채널에서는 이틀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 우리시대 걸쭉한 이야기꾼' 영상을 다시 게재했다. 이는 8년 전 제작된 영상이다. '브라보 멋진인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승원 작가를 인터뷰했던 영상을 다시 올렸다.
이 영상 속에서 한승원 작가는 9남매 중 차남이었지만, 형제들에게 베풀고 가르쳐야 했던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문득 '먹고 살기 위한 글은 쓸만큼 썼다.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세계를 표현해야 할 때가 돌아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과감히 낙향했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될 것도 예견했다. 이에 그는 고향인 전남 장흥에 내려가 글쓰기에 매진했고 주옥같은 소설들을 써냈다. 그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키조개, 다산, 포구의달 등 백여권의 책을 펴냈다.
장흥에서도 그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 '한승원 문학관'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한승원 작가는 "문학관 하면 작가 원고지나 만년필 놓고 구경하고 그렇지 않나. 나는 20년은 더 살 텐데 문학관 대신 문학 학교가 낫겠다 싶더라"고 전했다. 오롯이 자신만을 기리는 문학관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사색하고 수양하고, 문학에 대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문학 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장흥군에서는 문학관 대신 그의 집필실이자 문학 학교인 '해산 토굴'과 한승원 소설문학길을 만들었다.
한강 작가 역시 그의 고향인 광주시에서 그의 이름을 딴 기념관, 문학관 등 시설을 제안했지만 극구 사양했다. 이에 광주시는 기념 건축물 대신 인문학 산책길, 독립서점 활성화 등 인문학 지평을 넓히는 쪽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기정 광주 시장은 "'전쟁에 주검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여냐'면서 큰 기념관, 큰 기념관, 화려한 축하 잔치를 원치 않는다는 한강 작가의 말을 가슴에 담아 그 성취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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