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리에게' 이진욱,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유죄 구남친'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10.16 14:48

'로필2' 이어 사연이 구구한 남친 역할로 가을 여심 저격

사진=ENA


살짝 머금은 미소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정을 담은 눈빛으로 드라마에 깊이를 더한다. 아무리 탐을 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매력과 조건들로 ‘멜로 장인’의 타이틀을 거머쥔 배우 이진욱이 오랜만에 ‘이진욱 표 멜로’로 돌아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첫 방영한 지니TV 오리지널 ‘나의 해리에게’다.


‘나의 해리에게’(극본 한가람, 연출 정지현 허석원)는 마음 속 깊은 상처로 새로운 인격이 발현된 주은호(신혜선)와 마음의 상처를 꼭꼭 감춰 둔 구남친 정현오(이진욱)의 행복 재생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로 이진욱은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 정현오를 연기한다. 극 중 정현오는 모든 아나운서의 꿈이라 불리는 저녁 9시 뉴스를 진행할 만큼 잘 나가지만, 그 어디에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감추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제가 품은 비밀로 인해 ‘내 인생에 결혼은 없다’라고 결론 지은 남자이기도 하다.


결혼에 뜻이 없다고 해서 연애까지 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에, 현오는 같은 회사에서 만난 은호에게 빠져들어 8년 동안 뜨겁게 사랑했다. 현오는 은호와 연인이 되면서 제 신념을 밝혔던 바. 하지만 은호는 “한 아이가 태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만큼의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현오의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고, 햇살이 좋았던 어느 날 현오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현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거절. 곤란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현오에게 상처받은 은호는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에 읍소했지만, 현오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쿨하게 “잘 가라, 주은호”라며 이별을 고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이별에 은호는 당황했고, 다시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다며 현오를 잡지만 현오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어떻게 그 시간을 이렇게 정리하냐는 은호의 물음에 현오는 “8년을 만났든 8주를 만났든, 헤어지는 건 다 똑같은 거야”라고 냉정하게 말할 뿐이었다.


사진=ENA


그로부터 3년 후, ‘나의 해리에게’ 시작 시점에서 현오와 은호는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앙숭이 돼 있다. 다만 은호는 현오를 ‘꼴도 보기 싫은 전 남친’ 정도로 여기는 듯하지만, 현오의 행동은 어쩐지 애매하다. 분명히 자신이 연인 관계를 끝냈고, 심지어 “네가 창피하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지만, 은호를 향하는 현오의 눈이 제 마음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말과는 다르게 은호를 챙기던 현오는, 그래서 은호를 기분 나쁘게도 헷갈리게도 했던 현오는 생방송 중 은호가 공황발작을 일으키자 그간 묶어뒀던 마음을 드러낸다. 방송사고를 막고, 은호를 보호한 현오는 스튜디오의 시선을 피해 은호의 손을 잡고 그곳을 떠나선 아픈 은호를 집까지 데려다준다. 잠든 은호를 지켜보며 곁을 떠나지 못하던 현오는 연인이었던 그때처럼 은호의 곁에서 며칠을 머무른다. 은호는 이런 현오의 모습에 헷갈려 하지만, 두 사람은 잠시나마 행복했던 연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시간을 보낸다. 다만 짧은 행복은 “가 볼게”라는 현오의 한 마디에 다시 깨져버린다. 꿈꾸게 해놓고, 손수 현실로 은호를 끌어내린 현오는 “아파라. 이렇게 가끔씩 아파주라. 그래 줄래, 주은호?”라며 은호를 위하는 듯한 어쩌면 저를 위한 제안을 하지만, 현오의 말에 은호는 마침내 현오와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이 드라마는 시작 전부터 두 사람의 이별 장면이 선공개되며 예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오의 선택에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에, 그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갔다. 그리고 6회에 공개된 현오의 숨겨진 사연은, 그가 자신만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은호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결심으로 이별을 택했음을 드러낸다. 결혼에 대한 확고한 소신 뒤에 숨겨진 그의 사랑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 깊었던지도 모른다.


사진=ENA


‘멜로 장인’ 이진욱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멜로 커리어를 공고히 하고 있다. 차가운 말들로 8년 연애에 종지부를 찍을 때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나쁜 남자인 줄만 알았는데, 차갑게 돌아서는 순간까지도 제가 뱉은 말에 제가 더 크게 상처받아 어쩔 줄 모르는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을 줄이야. 헤어진 후엔 전 연인의 행복만을 바라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로 남은 사랑이 아닌 ‘여전한 사랑’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연인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의 결심 또한 미워할 수 없는 ‘유죄 구남친’의 모습으로 시청자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물론 8년이란 시간 동안 제 사연을 털어놓지 못한 연인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남겨두더라도 말이다.)


지금까지 ‘나의 해리에게’는 좀처럼 짐작할 수 없는 스토리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제 반환점을 돈 이 드라마에서 은호의 다른 인격인 혜리의 존재를 알게 된 현오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 이후에 펼쳐질 이야기에, 비로소 찾아온 가을에 ‘멜로 장인’이 펼칠 연기에 기대가 쏠린다. 과연 레전드 멜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에 이어 '나의 해리에게'의 사연이 아주 구구한 미워할 수 없는 '유죄 구남친' 역할로 인생작을 다시 쓸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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